이걸 아이폰으로 찍었다고? 박찬욱표 ‘일장춘몽’

이걸 아이폰으로 찍었다고? 박찬욱표 ‘일장춘몽’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2-19 01:42
수정 2022-02-19 09:1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유해진·김옥빈·박정민 주연
안무엔 ‘스우파’ 모니카 참여

이미지 확대
박찬욱 감독의 단편영화 ‘일장춘몽’이 18일 유튜브로 공개됐다. 오른쪽부터 김우형 촬영감독, 배우 유해진, 김옥빈, 박찬욱 감독, 배우 박정민. 애플 제공
박찬욱 감독의 단편영화 ‘일장춘몽’이 18일 유튜브로 공개됐다. 오른쪽부터 김우형 촬영감독, 배우 유해진, 김옥빈, 박찬욱 감독, 배우 박정민. 애플 제공
“작은 전화기로 영화를 찍는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유롭다는 겁니다.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는 이미지가 떠올랐죠. 그러다 보니 마음껏 노는 잔치판, 마당극 형식의 영화를 구상하게 됐어요.”

아이폰으로 촬영한 단편영화 ‘일장춘몽’이 유튜브로 공개된 18일 박찬욱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2011년 아이폰4로 촬영한 ‘파란만장’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박 감독은 이번엔 아이폰13 프로로 돌아왔다.

이 프로젝트는 애플의 ‘샷 인 아이폰’(Shot on iPhone) 캠페인 일환으로 진행됐다.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을 공개하는 것이다. 미셸 공드리, 데이미언 셔젤, 첸커신, 지아장커 등 여러 감독이 앞서 참여했다.
이미지 확대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박 감독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파란만장’을 찍었을 땐 화질이 깨져 영화관처럼 큰 화면에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부러 입자 효과를 넣은 것 같은 트릭을 써야 했다”면서 “이번엔 훨씬 진보한 기술이 담긴 휴대폰으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분 길이의 ‘일장춘몽’의 각본은 박 감독이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썼다. 마을의 은인 흰담비(김옥빈 분)의 관을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장의사(유해진)가 무덤을 파헤치고, 그 과정에서 무덤 주인인 검객(박정민)이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소란을 그린 무협 로맨스 영화다. 가장 고전적인 한국적 장르를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보여준 셈이다.
이미지 확대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이미지 확대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1987’, ‘암살’ 등을 찍은 김우형 촬영감독과 밴드 이날치의 리더인 장영규 음악감독도 합세했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큰 인기를 얻은 모니카가 안무 감독을 맡아 극 후반부의 춤판 장면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연락을 받고 거절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아이폰의 시네마틱 모드가 상당히 유용했다. 다른 렌즈 장비 없이 거의 모든 장면을 폰으로만 찍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촬영 장비가 아닌 휴대폰으로 찍는 영화는 배우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화 ‘박쥐’에 이어 두 번째로 박 감독과 호흡을 맞춘 김옥빈은 “원래는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연기를 의식하는 느낌이 드는데, 아이폰은 작다 보니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며 “카메라를 신경쓰지 않고 연기하니까 더 자유로웠고, 그만큼 여러 각도에서 더 멋진 장면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이미지 확대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박 감독과 함게 한 유해진은 “그동안 ‘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기만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불러줘 너무 감사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과거 필름을 감아 쓰는 영화 제작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뀔 때 정말 생소하고 낯설었던 기억이 있다.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건 그때와 비슷하게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영화의 퀄리티가 궁금했는데 직접 보니 깜짝 놀랄 만큼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감독은 “지금까지는 유해진씨에게 맞는 배역이 없었다”며 “‘일장춘몽’은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놓고 쓰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 애플 제공
박정민은 “감독님께 처음 연락을 받고 ‘띠용’ 하는 기분이었다. 꿈 같은 일이었다”며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하겠다고 답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사극 장르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의상팀 등에서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만들어 줘 감사하다”며 “평소에 유튜브에서 아이폰으로 만든 단편 영화를 여럿 보면서 감동 받았는데, 감독님 지휘 아래 우리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