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방송 진행자가 본 악플…‘가장 손쉬운 살인’

1인 방송 진행자가 본 악플…‘가장 손쉬운 살인’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2-07 17:36
수정 2022-02-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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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크리에이터 향한 도 넘은 악플
대처 힘든 악플 시달려 극단 선택도
“근본 대책인 인식 개선 노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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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넘게 국내 대표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1인 방송을 진행하는 김모(27)씨에게 악성 댓글(악플)이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김씨는 7일 “일상 소통 1인 방송을 진행하는데 초반에 인신공격성 악성 글이 정말 많았다”면서 “이 얼굴로 방송하냐거나 못생겼다 같은 말은 기본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인방송을 하려면 악플이 기본”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방송 중 되도록 사생활이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노출을 최소화하는 소극적 대응 정도가 김씨가 쓸 수 있는 수단이다.

악플과 루머는 최근 1인 방송을 하던 BJ잼미(본명 조장미)와 배구선수 김인혁 등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1인 방송이 대중화하면서 누구나 악플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된 반면 크리에이터가 악플에 대항할 수단은 많지 않다. 1인 크리에이터에겐 저항할 수단이 더 적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1인 크리에이터를 향한 악플은 다양한 방향에서 쏟아진다. 방송 동안 순식간에 지나가는 채팅방에 악플이 달리기도 하고 BJ에게 1대1 메시지를 통해 소통을 강요하다 욕설을 하기도 한다. 개인방송 플랫폼에선 선정적 단어나 욕설을 자체 모자이크 처리하지만 띄어쓰기를 변형하는 식으로 모자이크 기술을 우회하는 지능적 악플이 양산된다.

걸러지지 않은 욕설이 방송 중 채팅창에 노출됐을 때 캡처 같은 방식으로 증거 수집을 하는 일 역시 1인 크리에이터에겐 버거운 일이다.

팬에서 악플러로 돌변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개인방송 업계 관계자는 “1인 크리에이터에겐 옆집 언니, 동생 같은 친근한 이미지에 기반한 팬덤이 형성되는데 자신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돌변해 악플을 다는 경우가 있다”며 “BJ를 상대적으로 공격하기 만만하다고 보는 악플러들이 많다”고 짚었다.

연예인, 유명인이 아닌 1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모욕죄 처벌 관행이 정립되지 않은 점도 악플러에 대한 형사처벌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김씨는 “아는 BJ가 최근 악플 증거를 챙겨 경찰에 신고하러 갔는데 ‘유명인이어야 특정성 인정이 된다’는 잘못된 설명을 듣고 되돌아온 적이 있다”면서 “개인 방송 역시 신상을 아는 제3자, 10명 이상이 보는 앞에서 악플 세례를 받았다는 특정성 요건을 증명해 겨우 신고를 접수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악플러 처벌 강화와 함께 근본 대책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은 “악플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 어려운 ‘얼굴 없는 살인’”이라며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을 보편화하고 플랫폼도 ‘당신의 글이 누군가의 생명을 뺏을 수 있다’ 등의 캠페인 문구를 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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