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합법화 이끈 美 변호사 새라 웨딩턴 별세

낙태 합법화 이끈 美 변호사 새라 웨딩턴 별세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1-12-27 17:14
수정 2021-12-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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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승소
로펌 입사 대신 낙태 소송 뛰어들어
연방대법 7대2로 여성 낙태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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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웨딩턴 별세
새라 웨딩턴 별세 새라 웨딩턴 변호사가 2013년 6월 4일 미국 뉴욕 알바니에서 열린 여성인권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사건을 변호해 승소한 그는 26일(현지시간) 텍사스 오스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2021.12.27
AP 연합뉴스
1973년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이끌어낸 새라 웨딩턴 변호사가 26일(현지시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웨딩턴의 제자이자 동료인 수잔 헤이스는 이날 트위터에 고인이 건강 문제로 텍사스 오스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며 부고를 썼다.

웨딩턴은 26세에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를 발칵 뒤집은 이른바 ‘로(Roe·익명의 원고) 대 웨이드(Wade·담당 검사 헨리 웨이드의 성)’ 사건의 변호를 맡아 승소한 인물이다. 웨딩턴은 젊고 유능한 여성 변호사로 미국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최연소 변호사 기록이 아직 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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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웨딩턴
새라 웨딩턴 새라 웨딩턴 변호사가 미 농무부 법률고문을 맡았던 1978년 8월 31일 미국 워싱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사건을 변호해 승소한 그는 26일(현지시간) 텍사스 오스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2021.12.27
AP 연합뉴스
감리교 목사의 딸인 그녀는 1964년 텍사스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1600명의 학생 중 여성은 40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 법조인이 드문 시절이었다.

웨딩턴이 미국 여성들의 삶을 바꿀 낙태 소송에 나서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녀가 남성 변호사들처럼 취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헤이스는 “1970년대 초반 로펌들이 여성을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웨딩턴은 이 사건을 맡았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좋은 시련’이 됐다”고 말했다.

웨딩턴은 동료인 린다 커피와 함께 낙태를 원했지만 병원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노마 맥코비(당시 가명 제인 로)를 대리해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는 임산부가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법정에서 주장했고 연방대법원은 격론 끝에 7대 2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낙태권 보장하라” 美전역서 12만명 여성집회
“낙태권 보장하라” 美전역서 12만명 여성집회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낙태권 보장 촉구 집회에서 한 시민이 “여성을 존중하라. 우리의 선택이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90여개 비영리 시민단체로 구성된 ‘위민스 마치’는 최근 텍사스주에서 시행된 낙태금지법에 항의하고 연방대법원에 낙태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낙태 정의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미 전역 600여개 도시에서 12만명 이상이 모여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시애틀 로이터 연합뉴스
이 판결 이후 여성의 낙태권은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됐다. ▲임신 초기 3개월까지 여성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4~6개월에는 산모의 건강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며 ▲임신 6개월 이후에는 낙태를 금지했다.

웨딩턴은 지난 2017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로등도 없는 거리를 내려가는 것 같았지만 달리 갈 길이 없었고 이길 수 없다는 선입견도 없었다”며 변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제한하는 여러 주 법률에 대한 판결을 내년 6월쯤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일(현지시간) 미시시피주 법에 대한 심리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낙태권 찬반론자들이 대법원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제한하는 여러 주 법률에 대한 판결을 내년 6월쯤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일(현지시간) 미시시피주 법에 대한 심리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낙태권 찬반론자들이 대법원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웨딩턴은 1972년 텍사스 주 하원에 출마해 3선을 지냈다. 이후 미국 농무부 법률고문을 거쳐 1978년부터 3년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여성 정책 운영에 참여했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웨딩턴은 자신의 부고 기사의 헤드라인이 “로 대 웨이드의 변호사가 죽다”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내 삶이 로 대 웨이드로 기억되는 것에 만족한다”며 “우리 세대 대부분의 여성이 그 싸움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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