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극, 혐오 부추기거나 영웅 만들지 않으려 했죠”

“정치 풍자극, 혐오 부추기거나 영웅 만들지 않으려 했죠”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1-11-24 17:22
수정 2021-11-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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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윤성호 감독·강지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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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보면서도 찍을때 까지도 재미가 없을까봐 우울하고 걱정이 많았다”는 윤 감독은 “시청자들이 너그러운 반응을 보내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웨이브 제공
“대본 보면서도 찍을때 까지도 재미가 없을까봐 우울하고 걱정이 많았다”는 윤 감독은 “시청자들이 너그러운 반응을 보내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웨이브 제공
정치 전문직 이야기, 오피스물처럼 생생하게 담고 싶어정치의 계절이지만 정치 풍자는 보기 힘든 요즘, 입소문을 탄 드라마가 있다.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지난 12일 독점 공개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상청)다. ‘80년대 김연아’로 불리는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이정은(김성령)이 1년 남은 정권의 ‘땜빵용’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뒤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12부작 코미디다.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는 물론 보좌관, 비서, 논객까지 생생한 디테일로 묘사해 한국사회를 유쾌하게 풍자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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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말 웨이브(wavve)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청’ 제작보고회 당시 웨이브 영문 첫 알파벳을 손으로 표현하고 있는 주연배우 백현진, 김성령, 배해선, 이학주.  웨이브 제공
지난 10월 말 웨이브(wavve)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청’ 제작보고회 당시 웨이브 영문 첫 알파벳을 손으로 표현하고 있는 주연배우 백현진, 김성령, 배해선, 이학주.
웨이브 제공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웨이브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청’의 윤성호 감독과 강지현 작가는 “정치 코미디를 찍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했다. 정치혐오를 부추기지 말 것, 한 명의 영웅을 만들지 말 것, 계몽하지 말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피해나 상처를 입히는 코미디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윤 감독은 “‘정치는 썩었다’는 이야기나 ‘우리가 각성하자’는 주제보다는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 전문직들의 이야기를 오피스물처럼 담고 싶었다”며 “문체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극을 구상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청’은 이정은이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 예방과 해결을 위한 기구인 ‘체수처’ 설립을 준비하는 1주일 동안 온갖 위기를 헤쳐 가는 과정을 담는다. 체육계 폭력 피해자를 위한 기관이지만 ‘위’에선 관심이 없고, 이 와중에 남북 체육협력까지 도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남편의 납치까지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정은은 나도 모르게 ‘대선 잠룡’으로 부상해간다.

“약자·소수자 피해 줄 수 있는 부분 걸러내려 노력”웨이브가 영화 ‘은하해방전선’,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등을 연출한 윤 감독에게 정치와 코미디를 키워드로 기획을 제안해 탄생했다. 강 작가 같은 20대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특히 강 작가는 “약자나 소수자들에게 자칫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들을 모두 걸러 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치 현실뿐 아니라 피해자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꼬집는 등 사회 풍자도 놓치지 않는다. 김성령, 배해선, 이학주, 백현진, 정승길 등 배우들의 호연은 각 캐릭터를 한층 살린다. 드라마는 첫날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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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1년짜리 장관에 임명된 이정은(김성령)은 자신이 가진 신념을 지키면서도 타고난 정치적 감각을 보여준다.  웨이브 제공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1년짜리 장관에 임명된 이정은(김성령)은 자신이 가진 신념을 지키면서도 타고난 정치적 감각을 보여준다.
웨이브 제공
이정은과 라이벌을 형성하는 야당 중진 차정원(배해선) 의원은 협상과 연대에 능한 여성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웨이브 제공
이정은과 라이벌을 형성하는 야당 중진 차정원(배해선) 의원은 협상과 연대에 능한 여성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웨이브 제공
실명을 가감 없이 거론하는 부분은 몰입감을 더 높인다. 이명박, 박근혜 등 전 대통령에 고건, 손학규, 유시민 등 실존 인물이 대사에 등장한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TV에서는 못하는 드라마”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윤 감독은 “극 중 아이러니를 강화하고 실제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친근한 고유명사를 활용한 것”이라며 “실제 인물을 모욕하거나 문제가 될 내용은 없게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에 대한 묘사도 ‘보통 인간’에 가깝다. 강 작가는 “우스꽝스러워서 코믹한게 아니라 진지하고 정의로워 보이지만 모순적인 인간으로서의 정치인을 담으려 했다”며 “단순하게 TV로 접하는 ‘싸우는 정치인’이 아닌, 나름대로 성공의 욕구를 가진 입체적인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MB·박근혜 등 실존 인물 대사 등장···현실감 높여
‘이상청’ 속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모습은 디테일을 입어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웨이브 제공
‘이상청’ 속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모습은 디테일을 입어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웨이브 제공
같은 장면을 보고도 “감독이 정부 편이네, 반대 편이네” 의견이 갈리는 모습을 봤다는 윤 감독은 “정치나 우리 삶이 가진 아이러니를 봐 주시고, 무엇이든 한 조각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는 데 공감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좋은 반응에 “이렇게 된 이상 시즌2로 간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윤 감독은 “인물들의 서사를 풀 만한 요소들은 많다”면서도 “시즌2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21-11-2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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