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외교 등 업적 등은 긍정평가
진보 진영의 부정적 평가는 부담
직접조문 땐 국민통합 상징적 계기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1987년 직선개헌을 포함한 ‘시국수습대책 8개항’을 담은 6.29 선언을 하고 있는 당시 민정당 노태우 대표위원. 2021.10.26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조화는 이날 낮 12시 30분쯤 도착해 빈소 앞에 놓였다.
한편 조화와 별도로 문 대통령은 직접 조문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데에는 비록 생전 징역형을 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지만 북방외교 등의 업적이 있는 전직 대통령을 예우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 조문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다음날인 이날 오전까지 고인을 애도하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사마란치 IOC 위원장 접견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8년 6월 청와대에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장을 접견하는 모습. 2021.10.26 연합뉴스
여기에는 전날 밤늦게까지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 등이 이어졌던 탓에 청와대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서야 참모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장례와 예우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따.
국가장 여부는 장례 절차상 늦지 않도록 제 시간에 결정이 나왔지만, 대통령의 직접 조문 여부는 고인에 대해 진영 간 평가가 엇갈리는 복잡한 여론을 면밀히 고려하느라 결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진보 진영의 평가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청와대와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지병 악화로 숨을 거뒀다. 노 전 대통령은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과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력 진압하며 군사정권의 2인자 역할을 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에 당선돼 북방 외교, 남북관계 개선 등을 추진하며 일정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재임 당시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퇴임 이후 드러나면서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되는 등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제13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서울신문 DB
전날 노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유족이 용서를 구하긴 했지만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던 우상호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용서를 구한다고 광주가 다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등 여전히 반발 여론이 작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이 장기간 투병으로 직접 거동하지 못하는 사이 아들 노재헌씨는 직접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에 대해 부친을 대리해 몇 차례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5·18 유혈 진압의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라는 요구에도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용서를 구하거나 발언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사과가 끝내 없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다만 지지층의 비판 여론에도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장례 기간 중 직접 빈소를 방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문 시작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한 가운데 27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이 시작되고 있다.2021.10.27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인데다 대선을 앞두고 진영 간 갈등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이 나서서 화해와 포용의 면모를 보인다면 그 역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궤를 같이하는 북방정책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문을 하고 예를 갖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비록 여권 내 일부에선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공과를 균형 있게 보자는 입장을 보인 점도 문 대통령의 직접 조문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전두환 씨에 비해서 노 전 대통령은 6·29 선언으로 직선제 개헌의 국민 요구를 수용했다”며 “공과를 볼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공과를 떠나 “조문은 인간적인 예의”라면서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대부분 (여당) 의원들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28일 이탈리아로 출국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 등을 소화하는 만큼 국민 통합을 위해 통 큰 결단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순방길에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있었던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에 모두 참석했던 전례도 고려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순방 기간에 진행될 국가장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문만큼은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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