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수도 있다” 시뻘건 도쿄… 폭염과의 전쟁[월드픽]

“죽을 수도 있다” 시뻘건 도쿄… 폭염과의 전쟁[월드픽]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7-29 09:24
수정 2021-07-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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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스테이션·아이스크림 준비
전문가들, 열사병 가능성 우려

양궁 혼성전 준결승 경기 시작 전후의 온도.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양궁 혼성전 준결승 경기 시작 전후의 온도.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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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열린 도쿄올림픽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레이스를 마친 선수들이 바닥에 쓰러져 구토하는 등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AFP 연합
26일 오전 열린 도쿄올림픽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레이스를 마친 선수들이 바닥에 쓰러져 구토하는 등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AFP 연합
2020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도쿄의 열기와 습도가 최고 수준에 달했다. 선수들과 봉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한여름 무더위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도쿄는 한때 기온과 복사열, 습도까지 고려한 온열지수(WBGT) 수치가 31.8도까지 치솟았다. 철인 3종 등 야외에서 이뤄지는 스포츠는 WBGT 기준 32.2도가 되면 시합을 중단한다. 위험 한계치에 거의 근접한 셈이다.

승마의 경우 말을 위한 냉각 스테이션이 설치됐고,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소금 사탕, 아이스크림 등이 제공되고 있지만 살인적인 더위를 이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현재 일본 도쿄의 기온과 유사한 지난해 8월 도쿄 주변의 열섬 효과를 관측한 사진을 공개했다.
도쿄의 지표면 온도를 보여주는 사진. NASA
도쿄의 지표면 온도를 보여주는 사진. NASA
미국 지질조사국의 랜드셋 데이터를 사용해 촬영된 도쿄 부근의 지표면 온도는 빨갛게 불타고 있다. 파란 부분은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이며 흰색과 노란색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지역을, 주황색과 빨강색으로 표기된 부분은 기온이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

도쿄의 여름은 줄곧 덥고 습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아스팔트와 고층 건물이 열을 가두는 도시 열섬 현상도 악화되고 있다. 1900년 이후 도쿄의 기온은 약 2.86도 상승해, 이는 지구 온난화 평균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NASA는 설명했다.

베른대학교 물리학 연구소의 요나단 부잔 박사는 “이 날씨에서 지구력을 발휘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겐 기록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열사병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줘야 하고 경기가 위험한 기온에 시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무더위에 찡그리는 테니스 랭킹 2위 메드베데프. AP연합
무더위에 찡그리는 테니스 랭킹 2위 메드베데프. AP연합
양궁장서 실신… 테니스장서 한탄우려는 현실이 됐다. 23일 야외 경기에 나선 러시아의 양궁 선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는 점수를 확인하다 폭염을 견디지 못해 잠시 의식을 잃었다.

남자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인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는 24일 남자 단식 1회전 통과 후 도쿄의 폭염을 견딜 수 없다며 저녁 경기 진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테니스 세계 랭킹 2위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는 경기를 계속할 수 있겠냐는 주심의 물음에 “할 순 있다. 근데 죽을 수도 있다. 만약 죽으면 책임질 것이냐”며 한탄했다.

메드베데프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더위로 인해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했다. 그는 “상황이 나아지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코트에 쓰러질 준비가 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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