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8일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개막
국보 등 문화재 35점, 근현대미술품 130여점
시공 초월한 한국미 원형 찾는 통섭형 전시 눈길
김환기의 점화 ‘‘19-Ⅵ-71 #201’ 양 옆으로 15세기 분청사기인화문병이 나란히 놓인 전시장 모습.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분청사기인화문자라병. 조선 15세기. 가나문화재단 소장
과거 없는 오늘은 없고, 현재는 미래의 전통이 된다. 앞서 살아간 이들이 남긴 예술품이 박제된 유물로 남지 않고,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끊임없이 현재로 소환되는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이 8일 덕수궁관에서 개막하는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은 문화재와 근현대미술의 동시 진열을 통해 한국의 미를 재조명하는 보기 드문 통섭형 전시다.
‘한국의 미가 무엇인가?‘에서 출발해 한국미의 원형을 탐색하고, 그것이 어떻게 계승·발전되어 왔는지를 흥미롭게 펼친다. 이를 위해 국보 기마인물형토기 주인상, 보물 서봉총 신라금관을 포함한 문화재 35점, 근현대미술 130여점, 자료 80여점을 모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문화재를 본격적으로 전시하는 건 처음이다. 특히 근현대미술 전시작에 이건희 삼성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1448점 가운데 이중섭의 ‘은지화’ 1점, 도상봉의 ‘포도 항아리가 있는 정물’, ‘정물 A’ 2점, 박영선의 ‘소와 소녀’ 등 4점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중섭 ‘은지화’, 1950년대, 은지에 새김, 유채, 15.1×8.1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포도, 항아리가 있는 정물’, 1970, 캔버스에 유채, 24.4×33.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종교적 성스러움과 숭고함의 가치를 조명하는 1부에선 고구려 고분벽화, 석굴암, 고려청자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담긴 천상세계에 대한 염원과 석굴암에 투영된 깨달음에 대한 갈망은 이숙자·박노수의 회화와 권진규의 조각으로 이어졌다. 고려청자의 뛰어난 장식 기법과 도상은 이중섭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고려시대 ‘청자상감 포도동자문 주전자’에 새겨진 천진난만한 표정의 동자들은 이중섭이 그린 ‘봄의 아동’(1952~1953)과 구도가 유사할 뿐 아니라 청자의 음각 기법처럼 보이는 윤곽선에서도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중섭 ‘봄의 아동’ 1952~1953. 종이에 연필, 유채. 32.6cm
×49.6cm, 개인 소장
×49.6cm, 개인 소장
고려시대 ‘청자상감 포도동자문 주전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겸재 정선, ‘박연폭’. 조선 18세기. 개인 소장
윤형근 ‘청다색’ 1975~1976.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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