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개인전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
긴 자가격리 시간 속 ‘정체성’ 깊은 고민유전자 정보 추출해 디지털 예술로 창조
곳곳 거울, 작품과 하나 되는 착시 경험도
이이남 작가는 개인전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를 통해 고립된 상황에서 고민한 디지털 산수화 신작들을 펼쳤다. 다양한 세대의 DNA 데이터로 재해석한 ‘인간, 자연, 순환’.
사비나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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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에서 이이남은 불가피하게 고립된 환경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뿌리와 본질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한 결과를 담은 디지털 산수화 신작들을 펼쳤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코로나의 선물”이라며 웃었다.
1997년부터 미디어아트 작업을 한 이이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고흐의 ‘자화상’,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동서양 고전명화를 입체적으로 움직이게 재해석한 디지털 작품으로 유명하다. 독특한 기법으로 재창조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은 2019년 영국 테이트 모던 백남준 회고전, 2020년 벨기에 브뤼셀 한국대사관 등에서 소개돼 주목받았다.
그동안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실험해 온 작가는 인간을 비롯해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와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에 주목했다. 서울대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추출한 자신의 DNA 데이터를 고전회화와 결합해 제작한 디지털 영상·설치 작품 21점을 선보였다. DNA 염기서열을 구성하는 작은 알파벳들이 쌓였다가 흩어지면 곽희의 ‘조춘도’ 등 고전 산수화가 펼쳐졌다가 사라진다.
이이남 작가는 개인전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를 통해 고립된 상황에서 고민한 디지털 산수화 신작들을 펼쳤다. ‘DNA 산수’는 영상 맞은편에 거울을 배치해 관람객이 작품 일부가 되도록 연출했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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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 작가는 개인전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를 통해 고립된 상황에서 고민한 디지털 산수화 신작들을 펼쳤다. ‘분열하는 인류’는 ‘실’(實) 자에 꽂힌 화살 아래로 글자가 가루처럼 흩어져 떨어진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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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회화의 핵심 개념인 ‘시화일률’(詩畵一律·시와 그림은 다르지 않다) 사상을 매개로 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 곳곳에 거울을 배치해 시와 그림의 경계가 없듯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지우고, 관람객이 작품과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착시를 유발한다.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화살이 마주한 상황을 연출한 작품 ‘분열하는 인류’는 거울에 투영된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화살의 끝이 나를 향하는지, 아니면 내가 화살을 쏘는 것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책 5300권에서 얻은 문자데이터들을 폭포수처럼 쏟아지게 만든 6.8m 높이의 미디어아트 ‘시(詩)가 된 폭포’는 시각을 압도한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2021-07-0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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