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묘(고양이)범?”…확인된 건 딱 한 번

“연쇄 살묘(고양이)범?”…확인된 건 딱 한 번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1-05-11 14:02
수정 2021-05-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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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신탄진에서 수년 간 고양이를 무더기로 독살했다는 70대 노인이 ‘연쇄 살묘범’인지는 현 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대덕경찰서는 11일 대전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14일 신고된 고양이 쥐약 살해 사건은 70대 노인 A씨의 소행인지는 아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덕서 관계자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폐가와 30m쯤 떨어진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당시 A씨의 동선이 범행과 무관하고 면담에서도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달 14일 오후 4시 9분 대덕구 석봉동 한 폐가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독살됐다고 주민이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경찰 현장조사에서 폐가 안에 고양이가 죽은 채 쓰러져 있고, 쌀알 만한 파란 쥐약이 뿌려진 치킨 조각들이 담겨진 플라스틱 용기가 옆에 있었다. 대전길고양이보호협회는 이 사건과 함께 몇년 전부터 같은 수법의 고양이 독살 사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발견 8일 후인 같은 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여년간 고양이를 살해해온 신탄진 살묘남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몇 년 동안 고양이를 독살한 살묘남에 대해 고양이보호협회와 전국 동물보호단체가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고발했지만 미온적 수사로 불기소 등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며 “우리 이웃의 강아지도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A씨가 2016년 4월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다”며 쥐약으로 고양이를 살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 단체는 2018년에도 고양이 살해 수법이 똑같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현장 조사결과 고양이 사체와 독극물 어느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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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약들. 지난달 대전에서 고양이를 살해할 때 사용된 것은 두번째와 세번째 쥐약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경찰청 제공
쥐약들. 지난달 대전에서 고양이를 살해할 때 사용된 것은 두번째와 세번째 쥐약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경찰청 제공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10년 전후로 대덕구에서 발생한 고양이 살해 신고는 총 8건으로 이 중 3건이 독극물 살해에 해당되나 2018년 사건은 고양이 사체조차 현장에 없었다”고 발표했다. 국민청원에서 청원인은 “광역시에서 한 인간이 지역구에서 10여년 간 광역으로 동물을 살해하고 있다”고 적었고, 일부 언론은 A씨가 살해한 고양이가 1000 마리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양이 1000 마리 살해 얘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은 A씨 집 주변 5개 약국과 신탄진 재래시장 등에서 고양이를 살해할 때 사용한 것과 같은 쥐약을 구입한 사람이 있는지를 캐묻는 등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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