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일찍 접한 영어책… 이민자 선대가 못 누린 기회에 감사”

“매우 일찍 접한 영어책… 이민자 선대가 못 누린 기회에 감사”

이지운 기자
입력 2021-04-08 21:00
수정 2021-04-09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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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이민진 작가, NYT에 에세이 기고

굶주림 속 공부한 외삼촌의 정착기 통해
미국으로 ‘이식’된 작가 자신 과거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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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교포 작가 이민진
재미 교포 작가 이민진
“한국이나 미국에서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어렸을 때 말을 잘할 수도, 친구를 찾을 수도 없었지만, 매우 일찍 책을 읽었습니다.”

7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는 재미 교포 작가 이민진이 처음 책을 접하고 친구가 되는 ‘그때’를 세밀하게 다룬 에세이가 실렸다.

‘이민자 세계에 대해 쓰는 법을 가르친 독서의 일생’이라는 제목을 단 글에서 작가는 외삼촌의 이민 정착기를 통해 당시 보편적인 ‘이민사’와 미국으로 ‘이식’(移植)된 자신의 과거를 동시에 투사했다.

고아원 학교의 교장이자 장로교 목사의 둘째 아들 존 Y 킴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23살에 미국에 와 역사를 공부했다. 기자가 되길 원했던 그는 석사학위를 위해 뉴욕에 갔지만, 돈이 바닥나 식당 웨이터로 일한다. 외삼촌은 굶주림 속에서도 손님이 건드리지 않은 접시에 손대지 않음으로써 ‘존엄’을 지켰다. 이 역사학도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초봉이 높다는 것을 알고 도서관에서 컴퓨터에 관한 책을 읽은 끝에 IBM에 프로그래머로 취업했고 인생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일했다. 뒤이어 한국에 남은 여동생 가족의 이민을 후원해 1976년 이민진은 7세의 나이에 미국 땅을 밟았다.

작가는 어느 날 미국에서 태어난 자신의 이종사촌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카드를 손에 받아 들었는데, 그것이 책으로의 길을 안내해 주었다. 그는 “원하는 만큼 책을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영어책의 새로운 독자로서, 다작가였던 이민자의 딸 로이스 렌스키를 만났다. “그의 책은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바로 다른 책을 집어 들 수 있었다. 도서관에는 렌스키의 책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하며 그때 그 동화가 주었던 느낌까지 전달해 준다.

고교 시절에는 싱클레어 루이스를 만났고, 그를 따라 예일대를 선택했다. 에세이는 “그가 우리를 구원했다”고 끝을 맺는데, 외삼촌에 대해서뿐 아니라 아버지와 선대가 누리지 못한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았다. 현재 그의 소설 ‘파친코’는 미국에서 TV 시리즈물로 제작되고 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2021-04-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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