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식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시간·장소 제약 안 받고 익명 보장 받아
도박 치료 90%가 인터넷 도박에 해당
한국 치유 서비스 받은 비율 2.3% 그쳐
반드시 재활 치료 전문가 도움 받아야
이홍식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이홍식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치유 서비스를 받은 도박 문제자는 모두 1만 7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도박 치료를 받은 사람의 90%가 인터넷 도박에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도박은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베팅 횟수 및 액수 제한도 없어 특히 청소년들이 빠져들기 쉽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만 5300여명 중 2.4%가 위험집단으로 나타났다. 40여년 동안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지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한 이 원장은 2019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에 취임했다.
이 원장은 “도박으로 돈을 따면 뇌 속 쾌락을 관장하는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는 등 뇌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한번 도박에 중독되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도박을 ‘질병’으로 정의했듯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자 중 치유 서비스를 받은 비율은 2.3%에 그쳤다. 최대 12%에 이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원장은 “도박 중독은 만성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의 삶 전반을 바꾸는 재활 치료를 해야 한다”며 “도박 중독자가 사회에 복귀하려면 돈에 대한 관념, 가족과의 소통법, 감정을 조절하고 여가 시간을 보내는 법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도박문제 예방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전국 15곳에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내국인 카지노가 있는 강원도 정선에 국내 첫 도박 중독 재활기관인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를 열었다. 정부가 도박 중독자 치료에 적극 나서는 이유로 ‘도박은 공공성이 있는 질병’이라는 점을 꼽았다. 카지노, 경륜, 경마 등 정부가 운영하는 사행산업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도박으로 개인의 삶이 피폐해지면 가족도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는 등 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며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되게 하려면 도박 중독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2021-03-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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