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템포로 변하는 달… 그 흐름에 춤·인생을 담았죠

자신만의 템포로 변하는 달… 그 흐름에 춤·인생을 담았죠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3-21 17:20
수정 2021-03-22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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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디어 루나’ 예술감독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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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달을 좋아해 달을 보며 기도했다”는 무용가 김주원은 음악극 ‘디어 루나’(사진)의 예술감독을 맡아 달의 변화와 같은 삶의 흐름을 춤과 영상, 이야기로 풀어낸다.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어릴 때부터 달을 좋아해 달을 보며 기도했다”는 무용가 김주원은 음악극 ‘디어 루나’(사진)의 예술감독을 맡아 달의 변화와 같은 삶의 흐름을 춤과 영상, 이야기로 풀어낸다.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이 세상 단 하나뿐인 ‘나’의 존재 의미를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달에 빗댄 이야기. 음악극 ‘디어 루나’(Dear Luna)가 오는 26일 시작되는 통영국제음악제(TIMF) 개막작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음악과 춤, 영상, 빛, 내레이션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객석과 삶을 이야기한다. 여러 장르와 발레를 결합해 새로운 무대를 꾸며 온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을 맡은 세 번째 작품이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김주원은 지난해 11월 이 무대가 결정됐을 때부터 이 순간까지의 시간을 ‘행복’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춤과 음악, 그의 삶을 가득 채운 아름다움을 음악의 성지로 꼽히는 통영에서 펼쳐 낼 수 있어서다.

“어릴 때부터 달을 참 좋아했다”는 그에게 ‘달’은 곧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턴 달의 변화와 흐름이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만의 호흡과 템포로 변해 가는 모습이 닮고 싶기도 했고요.”

작품은 달이 꽉 찬 보름을 시작으로 하현, 그믐, 삭, 금환일식, 초승, 상현, 다시 보름으로, 달이 변하는 시간을 따른 인생의 걸음걸이를 풀어낸다. 앞선 ‘탱고 발레’와 ‘사군자: 생의 계절’에서도 ‘김주원 예술감독’은 흐르는 시간을 통해 삶을 비췄다. 발레리나로, 무대를 꾸미는 예술가로 시간의 변화를 절실히 느끼면서도 그에 속도를 맞춰 도전해 온 그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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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을 맡은 세 번째 작품 ‘디어 루나(Dear Luna)’를 통해 달의 움직임에 빗댄 우리의 시간과 삶의 흐름을 음악과 춤 등으로 다채롭게 그려낸다.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을 맡은 세 번째 작품 ‘디어 루나(Dear Luna)’를 통해 달의 움직임에 빗댄 우리의 시간과 삶의 흐름을 음악과 춤 등으로 다채롭게 그려낸다.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평소 클래식과 뮤지컬, 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즐겨 보며 쌓은 안목으로 늘 ‘어벤저스’라 불릴 만한 창작진을 꾸렸던 김주원은 이번에도 마음 맞는 이들을 잘도 찾았다. 음악감독을 맡은 작곡가 김택수가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넘나들며 꾸민 다채로운 선율을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풀어낸다. 현대무용가 최수진 안무로 김주원과 발레 무용수들이 달의 움직임을 때로는 모던하게, 때로는 클래식하게 표현한다. 정윤민 디자이너는 은하수가 쏟아지는 우주 같은 특별한 의상과 무대를 선보인다.

여기에 배우 한예리의 내레이션, 가수 정미조의 노래가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김주원은 두 사람의 팬이라면서 “참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분들 같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너무나 순수하고 변화무쌍한 모습, 깊은 감성을 보여 준다”고 극찬했다.

김주원은 “무대와 춤, 발레는 곧 저 자신”이라면서 “사실 어릴 땐 멋진 척 폼 잡으며 한 말이었지만, 언제까지 춤을 출 수 있을지 모르는 지금은 정말 그렇게 느낀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 있는 순간조차 다음 무대를 위한 리허설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금 제 춤에는 온몸과 마음으로 무대와 관객을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싶은 김주원이 담겼어요. 그럼에도 아직 완성되지 못해 여전히 많은 것에 설레고 심장이 뜨거워지죠. 호기심을 갖고 계속 달리려고요. 또 다른 무대와 세상, 춤을 향해서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03-2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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