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사진·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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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경우라면 고가의 미술품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에 충당하든지 공익재단 출연이나 국가 기증 등을 유족이 판단해 결정하면 된다. 그런데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세계적인 미술관급 수준의 소장품”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이건희 컬렉션’이 해외로 나가게 둬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미술계 안팎에서 형성됐다. 국가지정문화재와 근대미술품은 문화재보호법상 해외 반출이 금지되지만 한 점에 1000억원을 호가하는 서양미술 소장품들은 해외 컬렉터의 손에 넘어가면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우려에서다. 한 미술 전문가는 “기증하면 좋겠지만 남의 재산에 대해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미술계 인사는 “기증하면 미술품 상속세는 면제되지만 다른 상속세의 재원 마련이 부담될 테고 해외에 팔면 역적이 될 판이니 어느 쪽으로든 결정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미술품 물납제가 다시 부각됐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해 대납을 허용하고 있는데 문화재와 미술품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처럼 물납제를 도입하면 개인이 보유한 문화재와 미술품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국가가 소유해 공공재로서 국민의 향유 기회를 넓힐 수 있으며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미술계의 주장이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사진·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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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사진·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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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는 시기가 겹쳤을 뿐 물납제와 ‘이건희 컬렉션’은 크게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4월 말까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설령 분납 절차를 통해 1~2년 뒤 적용 대상이 되더라도 삼성가가 비판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물납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법’은 더더욱이나 가당치 않다.
초특급 미술작품의 해외 유출 여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삼성가의 의중이 기증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호암미술관·리움을 관할하는 삼성문화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방식과 규모 등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이제는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평가를 받는 고인의 명품 컬렉션이 국가적 문화자산으로 온전히 남을 수 있도록 삼성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2021-03-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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