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절규’에 남긴 낙서 ‘미친자만이 그릴 수 있는’은 친필 맞다

뭉크의 ‘절규’에 남긴 낙서 ‘미친자만이 그릴 수 있는’은 친필 맞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2-22 15:31
수정 2021-02-2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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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 뭉크의 친필로 확인됐다고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이 22일(현지시간) 밝힌 ‘절규’ 왼쪽 윗부분의 낙서.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제공 AFP 연합뉴스
에드바르 뭉크의 친필로 확인됐다고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이 22일(현지시간) 밝힌 ‘절규’ 왼쪽 윗부분의 낙서.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제공 AFP 연합뉴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직원이 에드바르드 뭉크의 걸작 ‘절규’를 스캔해 왼쪽 위 구석에 남겨진 친필 낙서를 살펴보고 있다. 내년에 이 박물관에서 전시하도록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직원이 에드바르드 뭉크의 걸작 ‘절규’를 스캔해 왼쪽 위 구석에 남겨진 친필 낙서를 살펴보고 있다. 내년에 이 박물관에서 전시하도록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걸작 ‘절규’ 연작 가운데 첫 작품의 왼쪽 위 구석에는 작고 잘 안 보이는 낙서가 남겨져 있다. 연필로 ‘미친 자만이 그릴 수 있는’이라고 적었는데 그의 친필이 맞다고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이 확인했다.

뭉크는 ‘절규’를 네 점 그렸는데 1893년 크리스티아니아(현재 오슬로)에서 처음 전시됐던 이 작품이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뭉크 미술관에 두 점이 보관돼 있다. 나머지 한 작품은 개인 컬렉터에게 경매를 통해 계속 주인이 바뀌고 있다. 2012년 소더비 경매에서 1억 1992만 달러에 낙찰돼 같은 해 최고가 경매 기록을 세운 것이 네 번째 작품이다.

22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그가 남긴 일기와 편지들의 글씨체와 비교한 결과 평생을 정신 질환에 시달려 온 이 위대한 화가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미술관 측은 결론내렸다. 지금까지 미술평론가들은 이 낙서가 어느 화난 관람객이 문화재를 망치려 했거나 평생 정신적 문제에 시달렸던 뭉크 자신의 것일 것으로 두 갈래 추측을 해왔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의 큐레이터 마이 브릿 굴렝은 “이 글씨는 의심할 여지 없이 뭉크의 것”이라며 “글씨는 물론, 뭉크가 노르웨이에서 이 그림을 처음 공개했던 1895년에 있었던 일까지 모든 것들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공개되자 뭉크의 정신상태를 둘러싼 대중의 의심이 깊어졌고 비판도 많았다. 이런 반응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뭉크가 화가 나 휘갈겨 쓴 것으로 일기에 적혀 있다는 것이다. 뭉크의 아버지와 누나도 우울증으로 힘겨워했고 그 역시 1908년 신경쇠약으로 입원해야 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뭉크가 14세이던 때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그로부터 12년 뒤 저하늘로 떠났다. 다른 누이 역시 양극 장애로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뭉크는 어느날 일기에 “내가 기억하는 한 오랫동안 난 예술에 투영하려 했던 우울의 깊숙한 감정 때문에 고통받아왔다. 이런 우울과 질병이 없었다면 난 키가 없는 배처럼 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2019년 BBC 아트는 이 명작이 “역사가 바뀌는 시기 자신의 우울을 드러낸 것이며 낡은 전통과 끊임없이 절연하려는 세기의 우울은 오늘의 세상과 아주 닮아 있다”면서 “‘절규’가 흔해 보일 법한데도 영향력을 갖는 이유다. 현 시대 우리의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내면적으로 우리 모두 절규하고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평생을 정신적 문제와 싸워 온 에드바르드 뭉크가 1907년 독일의 한 해변에서 웃옷을 벗은 채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AFP 자료사진
평생을 정신적 문제와 싸워 온 에드바르드 뭉크가 1907년 독일의 한 해변에서 웃옷을 벗은 채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AFP 자료사진
이 작품은 내년 오슬로에 있는 이 박물관에서 새롭게 전시할 수 있도록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인간의 두려움을 가장 근원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1990년대 할리우드 공포영화 ‘스크림’ 시리즈부터 지금의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94년 이 명화는 노르웨이의 한 미술관에서 분실됐다가 나중에 영국 탐정들이 찾아냈다.

내년에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서 마돈나, 인생의 춤, 담배를 문 자화상 등 뭉크의 여러 다른 작품도 함께 공개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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