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작가가 만들면 모두 철거 대상?…전북, 전봉준 동상 철거 논란

친일작가가 만들면 모두 철거 대상?…전북, 전봉준 동상 철거 논란

임송학 기자
임송학 기자
입력 2021-02-22 14:27
수정 2021-02-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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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 전적지(사적 제195호)에 있는 전봉준 장군 동상이 친일 작가가 만든 작품이라는 논란 끝에 철거가 결정되면서 같은 작가가 제작한 다른 동상의 존립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읍시는 1987년 10월 1일 황토현 전적지에 세워진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고 재건립을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전봉준 장군 동상은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조각가 김경승(1915~1992)의 작품으로 반봉건, 반외세를 외쳤던 동학농민혁명의 의미가 친일 작가가 만든 조각상으로 인해 퇴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동상의 뒷면과 배경 부조 뒤면에는 김경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에따라 정읍시는 2021년 예산에 12억 원을 확보해 논란을 빚었던 전봉준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고 새로운 방식의 기념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유진섭 시장은 “정읍은 동학농민혁명 정신 선양에 어긋나는 기념사업에 대해 앞으로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며 “동상 재 건립 추진으로 동학농민혁명과 함께 전봉준 장군이 정읍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로 기억되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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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경승 조각가는 한국 현대미술계에 손꼽히는 인물로 그의 작품이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실정이다.

그가 만든 중요 인물 동상은 부산 용두산 공원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1955), 인천자유공원 맥아더 장군상(1957), 서울 남산공원 백범 김구 선생상(1969) 등이다. 세종대왕상(1968), 김유신장군 기마상(1969), 정몽주선생상(1970) 전주 덕진공원 녹두장군 전봉준선생상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때문에 친일 작가가 만든 동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철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친일 작가 작품이라도 기념물인 동시에 예술품이라는 점에서 철거는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조각가 김경승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이다.

친일인명사전에서는 김경승이 “1942년 6월3일자 <매일신보>에 ‘더 중대한 문제는 재래 구라파의 작품의 영향과 감상의 각도를 버리고 일본인의 의기와 신념을 표현하는 데 새 생명을 개척하는 대동아전쟁 하에 조각계의 새 길을 개척하는 것일 것입니다. 나는 이같이 중대한 사명을 위해 미력이나마 다하여 보겠습니다’라는 기고문을 게재할 정도로 친일행적이 뚜렷”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는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났다. 1934년 일본의 도쿄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해 재학 중이던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였다. 1939년 졸업 후에도 여러 차례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특선했다. 1943년에는 추천작가가 되었고 친일단체인 조선미술가협회에서 조각부 평의원을 맡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는 홍익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역사인물상과 기념동상 제작에 많은 실적을 남겼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1964년 3·1문화상, 1982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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