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접종’ 현장에 책임 떠넘겨… 의협 “당분간 접종 보류해야”

‘고령자 접종’ 현장에 책임 떠넘겨… 의협 “당분간 접종 보류해야”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21-02-10 21:14
수정 2021-02-1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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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 백신’ 누가, 언제 맞나

식약처, 추가 임상 제출 ‘조건부 허가’
65세 이상 임상 결과 4월 말 나올 듯
질병청 “19일까지 1분기 대상자 확정”
요양병원·시설 세부 접종계획 정할 듯
의료진, 백신 접종 만반의 준비
의료진, 백신 접종 만반의 준비 오는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10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 업무를 맡은 의료진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일 최근 논란이 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고령층 접종 여부에 대해 임상 자료 부족을 이유로 ‘제한을 두진 않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의사들이 결정하도록 했다. 백신 허가·심사를 총괄하는 식약처가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하면서 결국 식약처 판단을 바탕으로 접종 대상과 순서를 확정하려던 질병관리청과 현장 의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모양새가 됐다. 당장 의사단체에선 ‘자료 부족이 이유라면 추가 자료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접종을 보류하는 게 맞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는 24일부터 전국에 75만명분(150만 도스)을 공급해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접종을 시작하려고 했던 질병청으로선 이날 식약처 결정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소자·종사자 등 약 77만 6900명에 이르는 접종 대상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많기 때문에 접종 순서 변경 여부를 놓고 숙고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정은경 질병청장은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그리고 식약처의 최종 허가 과정을 살펴보고 접종계획을 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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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은 식약처의 결정을 참고해 오는 19일까지는 1분기 접종 대상자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자문단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일정은 미정이지만 최대한 빠르게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의 세부적인 접종계획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당초 계획대로 고령층에도 접종을 하는 것이다. 식약처가 이날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접종은 가능하다며 길을 열어 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 주의사항으로 인해 의료 현장에 혼선이 생길 수 있는 건 부담이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상 현장에서 접종 시 이익 대비 위험도, 감염의 위험도, 사회경제적인 필요도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면 될 것”이라며 “식약처가 허가 차원에서 세부적인 항목까지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식약처가 내놓은 결론만 보면 실제 접종할 때 의사가 판단하라는 건데, 이건 책임 회피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의사도 지금 접종하라고 자신 있게 권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두 달 뒤에 추가 (임상)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는 65세 이상에 대해선 접종을 보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이날 백신을 허가하면서도 추가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65세 이상 약 7500명이 참여하는 3만명 규모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중간 결과는 4월 말쯤 나온다.

고령층이 대다수인 요양시설 입소자의 접종 시기를 아예 2분기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있다. 종사자만 먼저 접종을 하고 입소자는 2분기에 효과성이 입증된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9일 국회에서 ‘고령층 접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런 제한이 있으면 다른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2분기에는 얀센, 모더나 백신 도입이 예정돼 있다.

식약처는 임신부에 대해서는 접종을 통해 이롭다는 분명한 판단이 없다면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혀 사실상 접종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1-02-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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