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17도, 행인에 “도와주세요”
경찰 친모 입건…학대 혐의는 부인
10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5시 40분쯤 서울 강북구의 한 편의점 앞 길가에서 A(3)양이 내복 차림으로 울고 있었다. A양이 행인에게 “도와달라”고 하자, 놀란 행인은 A양을 담요 등으로 덮어주고 편의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북구는 영하 11.6도였고, 체감온도는 영하 17.3도였다.
경찰은 A양의 친모 B씨를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양은 B씨가 아침에 출근한 뒤 9시간쯤 집에서 혼자 머물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몰라 100m 떨어진 곳에 서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출동한 경찰 학대예방경찰관(APO)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퇴근하던 B씨를 만나 자택을 확인했다. 집 내부는 청소가 되지 않는 등 청결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A양을 상습 방임한 정황을 보여주는 진술도 나온다. 인근 편의점 주인은 서울신문과 만나 “지난달 24일 오후 6시 30분쯤 A양이 밖에서 ‘엄마’하면서 크게 우는 소리를 듣고 데려와 달랜 적이 있다”면서 “아이 팔찌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하자, 엄마가 헐레벌떡 들어와 데려갔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에 대해 학대 등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양의 몸에 멍자국이나 상처가 없고, 영양 상태는 양호했다. B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며 학대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영유아 방치도 학대가 될 수 있다”면서 “A양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우선 친척집으로 분리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아동학대 수사 강화에 따라 해당 사건은 강북서장에게 즉시 보고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신고자·목격자 등을 조사하고, A양의 진술도 들을 예정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