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실험 정신으로 ‘쇼 머스트 고 온’…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 소중함 커졌다

도전·실험 정신으로 ‘쇼 머스트 고 온’…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 소중함 커졌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2-20 17:26
수정 2020-12-2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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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문화계 결산-공연] 거리두기 강화로 두 좌석 띄어앉기 시행
2~3주간 공연 중단하는 작품들도 속출
온라인 유료 공연 등 새로운 시도 이어져
퓨전 국악밴드 이날치 ‘수궁가’ 신드롬도
전문가 “실제 무대 떨림 전달되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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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꽁꽁 닫은 가운데서도 공연계는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조심스레 무대를 이어 갔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진행됐다. 에스앤코 제공
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꽁꽁 닫은 가운데서도 공연계는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조심스레 무대를 이어 갔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진행됐다.
에스앤코 제공
코로나19가 뒤덮은 올해 공연계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부딪혔다. 관객들과 마주할 수 있는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면서 무대 위 문화예술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고, 새로운 형태의 공연에 도전했다.

공연장은 코로나19 이후 곧바로 경계 대상이 됐다. 지난 2월부터 이달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는 사이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예술의전당,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등 국공립 공연시설은 다른 시설들보다 훨씬 강력한 기준이 적용돼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그나마 연말 전까는 뮤지컬, 연극 등 민간 시설 공연이 조심스레 이어졌다. 특히 뮤지컬 명소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마저 셧다운된 가운데 국내에서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명작들의 내한공연이 열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모차르트!’, ‘킹키부츠’, ‘렌트’ 등 인기 대작들이 즐거움을 선사했고, ‘웃는 남자’, ‘베르테르’, ‘마리 퀴리’, ‘광주’ 등 창작 뮤지컬들도 존재감을 키웠다. 그러나 8월 말 이후 한 좌석 띄어 앉기를 의무화했다가, 급기야 이달 초부터 두 좌석 띄어 앉기가 적용되자 아예 2~3주간 공연을 중단하는 작품들이 속출했다.

올해는 1991년 이후 29년 만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연극의 해였지만 연극계도 어려움이 컸다. 특히 일부 극단들의 연습실에서 코로나19 집단 확산이 일어나며 소극장이 대거 몰린 서울 대학로 일대가 하반기 급격히 침체됐다.

클래식 무대는 많은 변화가 필요했다. 무대 위 거리두기로 오케스트라나 오페라, 합창 등 무대 인원이 많은 공연 대신 실내악과 리사이틀이 주를 이뤘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잇따라 무산됐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연주자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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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꽁꽁 닫은 가운데서도 공연계는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조심스레 무대를 이어 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 10월 말부터 11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열며 많은 관객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물했다. 크레디아 제공
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꽁꽁 닫은 가운데서도 공연계는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조심스레 무대를 이어 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 10월 말부터 11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열며 많은 관객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물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 조성진, 임동혁, 손열음 등이 독주회를 갖고 음악을 선물했다.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대신 실내악으로 편성을 바꿔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보다 모차르트와 하이든을 더 많이 연주했다. 생일파티는 조촐했지만 역경을 이겨낸 베토벤 음악이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다뤄진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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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대표적인 집합장소로 꼽히면서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열고 닫기를 반복해야 했다. 출연진 확진 소식은 전해졌지만 관객 감염 사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연장들은 매주 2~3차례 공연장을 소독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공연장은 대표적인 집합장소로 꼽히면서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열고 닫기를 반복해야 했다. 출연진 확진 소식은 전해졌지만 관객 감염 사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연장들은 매주 2~3차례 공연장을 소독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주로 국공립시설 및 단체 주관 공연이 많은 국악은 더욱 무대 기회가 적었다. 국립극장에서 10년간 진행한 안숙선 명창의 송년 판소리도 취소됐다. 많은 젊은 국악인들이 온라인 매체에서 국악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은 이날치 ‘수궁가’가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무대는 물론이고 연습마저 녹록지 않았던 발레, 무용 장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국립발레단에선 지난 2월 자체 자가격리 기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단원을 창단 58년 만에 처음 징계 해고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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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대표적인 집합장소로 꼽히면서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열고 닫기를 반복해야 했다. 출연진 확진 소식은 전해졌지만 관객 감염 사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연장들은 QR코드 문진표, 체온측정기 등 꼼꼼하게 방역을 한 영향이 컸다. 예술의전당 제공
공연장은 대표적인 집합장소로 꼽히면서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열고 닫기를 반복해야 했다. 출연진 확진 소식은 전해졌지만 관객 감염 사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연장들은 QR코드 문진표, 체온측정기 등 꼼꼼하게 방역을 한 영향이 컸다.
예술의전당 제공
공연계는 QR코드 문진표, 모바일 티켓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했다. 관객들도 마스크를 쓰고 함성을 자제하는 새로운 관람 질서에 적응했다.

출연진이 확진되거나 확진자와 접촉해 일부 공연이 잠시 중단되거나 조기 폐막되기도 했지만 공연장 안에서의 확산 사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지로 비대면 공연에 대한 도전도 활발해졌다. 국립극단은 네 번째 극장으로 ‘온라인 극장’을 열어 신작을 선보였고, 뮤지컬도 유료 온라인 공연과 웹뮤지컬 등 새로운 실험이 이어졌다. 클래식 공연 영상에는 가상현실(VR), 5G 멀티오디오 기술도 더해졌다. 그러나 비대면 공연이라는 갑작스런 과제를 풀어 갈수록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의 소중함은 커져만 갔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20일 “여러 실험 끝에 얻은 결론은 역설적이게도 온라인 공연이 실제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온라인 콘텐츠는 그 장르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나아가겠지만 실제 무대가 주는 떨림이 랜선 너머로 전달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2-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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