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했다, 어긋난 윤리… 강해졌다, 저력의 여풍… 탄생했다, 코로나 문학

분노했다, 어긋난 윤리… 강해졌다, 저력의 여풍… 탄생했다, 코로나 문학

이슬기 기자
입력 2020-12-14 17:32
수정 2020-12-1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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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문화계 결산] 문학

2020년의 한국문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새 시대의 문단, 창작 윤리를 치열하게 질문했다. 여성 작가들의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을 문학에 담는 작가들의 노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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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은 올해 문단 관행에 대한 새로운 의제를 던졌다.
이상문학상은 올해 문단 관행에 대한 새로운 의제를 던졌다.
●이상문학상·김봉곤 사태, 문학 윤리를 묻다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로 연초마다 문학 애독자들을 설레게 했던 이상문학상이 일으킨 사태의 파장은 길었다. 우수상 수상 예정자였던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저작권 양도에 문제 제기를 하며 수상을 거부해 불거졌고, 이후 전년도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의 절필 소식이 알려졌다. 작가·시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을 벌이며 사태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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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봉곤은 올해 문단 관행에 대한 새로운 의제를 던졌다.
소설가 김봉곤은 올해 문단 관행에 대한 새로운 의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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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수상단편집에 실린 김봉곤 작가의 소설 ‘그런 생활’은 지인과 나눈 사적 대화를 무단으로 인용해 논란을 불렀다.
젊은작가상 수상단편집에 실린 김봉곤 작가의 소설 ‘그런 생활’은 지인과 나눈 사적 대화를 무단으로 인용해 논란을 불렀다.
7월에는 사적 대화를 소설에 무단으로 인용,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은 김봉곤(35) 작가의 책이 전량 회수 및 환불 조치에 들어갔다.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수상한 제11회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이를 기점으로 ‘오토 픽션’(자전 소설)에서 실제와 허구는 어디까지 구현돼야 하는가를 놓고 논의가 일기도 했다.

출판·창작 윤리에 대한 활발한 문제제기는 세대교체의 한 흐름이라는 게 문학계의 평가다. 노태훈 문학평론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학을 신비화한 예술로 보기보다는 계약에 따라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행위라는 인식들이 퍼져 있다”며 “관행적인 부조리를 더는 이어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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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소설 부문 베스트셀은러 30위 안에 3개 작품을 올려놓은 정세랑 작가. ⓒSang-yeop Lee
교보 소설 부문 베스트셀은러 30위 안에 3개 작품을 올려놓은 정세랑 작가.
ⓒSang-yeop Lee
●젊은 여성작가 강세… 청소년 소설 인기 상승

지난해 문학계를 이끈 장르가 에세이였다면, 올해는 소설이었다. 이달 교보문고가 발표한 2020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내에 소설 분야만 17종이 포함됐다. 특히 한국소설과 청소년소설의 반향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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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소설이 약진한 가운데  ‘아몬드’는 성인과 청소년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한국소설이 약진한 가운데 ‘아몬드’는 성인과 청소년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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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소설이 약진한 가운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성인과 청소년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한국소설이 약진한 가운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성인과 청소년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소설의 약진은 젊은 여성 작가들이 견인했다. 정세랑 작가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인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을 비롯해 교보문고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30위 내에 3종을 올렸다. ‘영 어덜트 소설’(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보는 소설)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창비), 신예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은 청소년, 성인 독자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청소년들의 개학이 미뤄지고, 학원도 휴원하면서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이들 소설의 판매고를 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됐다 종이책으로도 나온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만 부 이상 출고되며 신예 작가의 저력을 보여 줬다.

●이 시대를 선명하게 담은 ‘코로나 문학’

코로나19는 작가들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이른바 ‘코로나 문학’을 낳았다.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소설 앤솔러지, 기획 시집, 수필집들의 출간이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알마)와 ‘혼자서는 무섭지만’(보스토크프레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일상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집이다. 시인과 소설가, 에세이스트, 그림 작가, 사진작가 등 다양한 필진이 참여해 감정 교류를 시도했다. 코로나19가 보여 주는 사회 모순을 고발하는 소설 앤솔러지로 젊은 여성 작가 네 명(조수경, 김유담, 박서련, 송지현)이 써내려간 ‘쓰지 않을 이야기’(아르테)도 있다. 김초엽, 듀나, 배명훈 등 SF(과학소설) 작가들은 전염병을 소재로 미래 사회를 떠올린 앤솔러지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문학과지성사)를 쓰기도 했다. 18개국 56명의 시인들도 코로나19 극복을 노래하며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앤드)를 펴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12-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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