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하리라 노래하며 전 세계 시인들이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앤드)에서 손을 맞잡았다.
시집은 18개국 세계 시인 56명이 코로나19 극복기로 채워졌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소개하고자 설립한 쿠온출판사에서 지난 9월 말 펴낸 시집을 번역해 앤드 출판사에서 한국어판으로 출간했다. 김혜순, 김소연, 오은, 이장욱, 이원, 야마자키 가요코(일본), 피오나 샘슨(영국), 천이즈(대만) 시인 등이 참여했다. 시인들은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일상에서 느끼는 우울한 단상을 희망의 노래로 바꿔 불렀다. 여기에 대구시인협회 회원을 중심으로 발간된 코로나19 앤솔러지에 실린 시 6편도 함께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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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시를 보다 보면 형체 없는 재난을 사는 우리들의 오늘날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나는 산책이 늘었다/나는 요리가 늘었다/ 나에게 시간이 너무나도 늘었다/축제가 사라졌다/장례식이 사라졌다/옆자리가 사라졌다/재난영화의 예감은 빗나갔다/잿빛 잔해만 남은 도시가 아니라/거짓말처럼 푸른 창공과 새하얀 구름이 날마다 아침을 연다’(24쪽, 김소연 ‘거짓말처럼’ 일부) 과거 재난영화에서나 보던 잿빛 도시는 아니지만, 푸른 창공도 평화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알게 됐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독일 등에서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 에드거 바서의 ‘랩시’도 새롭다. 그는 건강염려증 환자를 뜻하는 ‘히포콘더’라는 시에서 코로나19 시대를 살며 끊임없이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히포콘더’와 편집증을 의미하는 ‘파라노이아’가 반복해서 등장, 운율을 만들며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아파트 공동현관에 이르러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기 딱, 5초 전’의 풍경을 그린 황유원의 시 ‘여름밤 칵테일’을 읽으면 이 환난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오늘도 마스크를 끼고 보낸/숨이 턱 막히는 날의 귀가였지만/그 5초가 나를 살렸다고 생각하며/어머나,/아찔하고/짜릿했다/살면서 겨우/그런 게 좋았다’(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