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떤 내용 하달했나… 발포 명령자 규명 기대감

누가 어떤 내용 하달했나… 발포 명령자 규명 기대감

최치봉 기자
최치봉 기자
입력 2020-12-01 01:46
수정 2020-12-0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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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징역 선고 23년 만에 또 ‘유죄’
무기징역 선고 23년 만에 또 ‘유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 30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씨가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전씨는 이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가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해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1997년 대법원에서 5·18 내란 목적 살인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23년 만이다.
광주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기간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사법부에 의해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그동안 국가기관이 조사한 사실과 증언 등으로 미뤄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헬기 사격 명령자의 규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또 수많은 희생자에 대한 최초 발포일과 발포 책임자, 인권유린 행위 가담자, 집단 학살지와 암매장지, 유해 및 행명불명자의 규모와 소재 등의 규명도 속도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5·18단체 한 관계자는 “헬기 사격이 신군부의 명령 계통에 따라 이뤄졌다면 그들이 지금껏 주장해 온 ‘자위권 차원의 진압’이란 프레임이 깨진 셈이다”면서 “시민을 향한 헬기 사격은 자위권을 넘어 ‘정권 찬탈’ 의도 없이는 자행될 수 없는 만행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5·18 당시 헬기 사격은 계엄사령부 등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이후 안기부·기무사 등이 이를 은폐 왜곡했다. 계엄사령부는 5·18 진압작전에 참여한 부대에 내린 지침을 통해 헬기 사격 장소, 대상, 방법, 사용할 탄약의 종류 등을 명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헬기 운용에 참여한 헬기 조종사 등은 이를 한결같이 부인했다. 그럼에도 집단 발포가 이뤄진 5월 21일 오후와 진압작전이 개시된 27일 새벽 시간대에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잇따랐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5·18 때 광주 시내 헬기사격을 공식화했다. 앞으로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명령을 어떤 방법으로 하달했는지가 추가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당시 계엄사령부를 장악한 신군부의 총수는 전씨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출범 당시 “전씨를 소환할 사유가 생기면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진짜 발포 명령자가 가려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20-12-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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