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 믿는다’…한은 올 성장률 -1.1%, 종전보다 0.2%P 상향

‘수출만 믿는다’…한은 올 성장률 -1.1%, 종전보다 0.2%P 상향

김승훈 기자
입력 2020-11-26 15:32
수정 2020-11-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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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0.5%로 동결
한국은행, 기준금리 0.5%로 동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11.26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에서 -1.1%로 상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반등하고,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기준금리는 현행 0.50%로 동결했다.

한은은 26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지난 8월 -1.3%에서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8월 2.8%에서 3.0%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번 전망은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 동안 지속되고, 내년 중후반 이후 코로나19가 점차 진정되면서 경제 활동 제약이 상당 부분 완화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겨울 코로나19 재확산이 지속되고, 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면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소비에 많은 영향을 줄 텐데, 연초와 8월 코로나19 재확산과 비교해 보면 연초보다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8월보다는 다소 큰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배경은 수출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수 충격이 있긴 있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 9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로 전환한 데 이어 10월엔 일평균 수출까지 전년 동월 대비 5.6% 늘며 9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달 20일까지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었다.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9%로 예상치를 뛰어넘은 점 등도 작용했다. 이 총재는 “올해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고, 현재 경기가 2분기를 저점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본다”며 “내년에도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등 IT가 강점인데, 현재 수출이 IT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여전히 크지만, 이를 넘어설 만큼 수출이 생각보다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3분기 상황을 보면 수출이 상당히 회복됐고, 소비도 회복되는 추세”라며 “이를 토대로 성장률을 기존보다 소폭 높였다”고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0.1%포인트 정도만 돼도 한은의 올해 기존 전망치(-1.3%)는 달성되는 상황”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4분기 성장률이 0% 이상은 나오겠다고 판단해 한은이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만큼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전면 봉쇄로 수출길이 다시 막힐 수도 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이 진정한 의미의 회복세”라며 “코로나19가 당분간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경기 흐름은 아직은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 상반기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히면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보다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속돼 우리나라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면 내년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코로나19 충격을 반영해 외환위기(1998년 -5.1%) 이후 22년 만의 첫 마이너스 성장(-0.2%)을 경고했고, 국내외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자 3개월 만에 성장률을 -1.3%로 대폭 낮췄다. 하지만 1분기 -1.3%, 2분기 -3.2% 연속 역성장을 했던 성장률이 3분기 1.9%로 치솟자 한은은 올 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이 예상처럼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역대 세 번째 역성장이 된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1953년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편제한 이후 1980년(-1.6%), 1998년(-5.1%) 두 번뿐이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마이너스(-1.6%)를 점쳤던 2009년조차 성장률은 0.2%에 이르렀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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