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피의 투쟁”…고교 1년생이 직접 겪은 5·18 ‘그날의 기록’

“이것은 피의 투쟁”…고교 1년생이 직접 겪은 5·18 ‘그날의 기록’

최치봉 기자
입력 2020-11-03 16:04
수정 2020-11-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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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록관,석산고 1학년 186명 작문집 처음 공개

5·18 당시 고교생이 쓴 작문집
5·18 당시 고교생이 쓴 작문집 3일 광주 동구 5?18 기록관 다목적 강당에서 ‘오월, 그날의 청소년을 만나다’는 주제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전남대 NGO 대학원 정호기 강사가 1981년 광주 석산고 학생들이 5?18을 주제로 작성한 작문집을 정리해 ‘고등학생 시선으로 구성한 5?18 담론’을 발표했다.사진은 1981년 작성된 석산고 학생의 작문. 2020.11.3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내 형제,내 친구가 현세계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데... 언제 어디서 모이자고 약속하지 않았는데 나가보면 모두 한자리인걸 보면 광주 시민(의) 국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구나 하는걸 느낀다”

“이 사건을 굳이 ‘사태’라기 보다는 ‘의거’라고 칭하고 싶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 3일 ‘오월, 그날의 청소년을 만나다’ 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고 40년 전 5·18을 경험했던 석산고 1학년생 186명이 쓴 ‘5·18 작문집’을 공개했다.

석산고 1학년 2반 최병문씨와 1학년 4반 서충렬씨가 가 40년 전인 1980년 5월을 직접 경험한 뒤 10개월 후 직접 기록한 작문이다.

최씨는 ‘광주 민중 봉기’란 제목의 글에서 “5·18은 정치적 장난이 아닌 한마디로 피의 투쟁”이라고 기록했다.

이번에 공개된 작문집은 석산고 국어교사인 이상윤 선생이 1981년 2월 말쯤 2학년으로 올라가는 석산고 1학년 학생들에게 내준 숙제였다.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당시 1학년 8개 반 186명이 숙제를 제출했다. 반과 이름을 적은 작문이 144개, 이름만 확인되는 작문이 1개, 반만 적은 작문이 13개, 어떠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작문이 28개이다.

작문집은 같은 학교 동료 교사가 1987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 기증했고, 지난 7월 5·18기록관에 기탁됐다. 작문집 일부가 전시회 전시물로 활용된 적은 있지만 전체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작문에는 학생들이 본 5·18 현장에 대한 느낌, 정부의 인식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남대 NGO 대학원 정호기 강사는 “작문집은 5·18이 종료된 이후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진 집단 증언이었다”며 “일기나 취재 수첩, 언론 보도를 제외하면 5·18을 주제로 이뤄진 집단적 작문 활동 가운데 현존하는 유일한 사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5월 항쟁 당시 석산고·서석고 등에 재학 중이던 학생 6명이 나와 자신이 목격하고 참여했던 내용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정용화 5·18 기록관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에서 청소년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새로운 사례들이 발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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