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내란수괴 전두환/허장환 지음/멘토프레스/360쪽/2만원
당시 505보안부대 수사관 허장환의 증언록1988년 12월에 5·18 가해자로서 첫 양심선언
나치 유대인 학살 능가하는 잔혹한 참상 폭로
1980년 5월 어느 날 광주에서 총과 막대를 든 계엄군 앞에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당시 광주 505보안부대 소속이었던 허장환 수사관은 8년 후 양심선언에 나서 “광주에선 나치 독일 아우슈비츠 유대인 도살장을 능가하는 잔혹한 참상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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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광주 505보안부대 수사관이었던 허장환이 저자다. 전남·북 계엄분소 합동수사단과 광주사태 처리수사국 국보위 특명반장을 담당했고 1988년 12월 6일 평민당사에서 5·18 가해자로서 가장 처음 양심선언을 했던 인물.
당시 폭탄선언은 이랬다. “광주는 도시 전체가 2차 대전 당시 악명 높았던 나치 독일 아우슈비츠 유대인 도살장을 능가하는 잔혹한 참상이었음을 폭로합니다.”
5·18 단체와 시민들이 전씨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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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의미는 역시 ‘가해자가 털어놓는 사실’의 증언이다. 우선 국보위 실세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5월 17일 24시를 기해 단행한 계엄확대는 치밀하게 사전계획된 것이었음을 폭로한다. 계엄확대가 ‘광주에 특정된 것’이라는 발언이 공공연했다. 시가지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비공식 은거지’인 호텔 객실 5층에서 시위와 진압 방식을 보고 군인들이 시위대를 자극했고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됐음을 알았다고 쓰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와 부인 이순자씨.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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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곳곳에 광주시민들이 겪었던 참상이 생생하다. ‘시체 암매장’ 소문이 나돌아 직접 방문한 광주교도소에선 “지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쓰고 있다. 26일 새벽 시민군 지휘본부인 도청 진압작전이 막 끝난 뒤 가장 먼저 뛰어들어 갔다가 창문에 처참하게 걸린 시신들을 목격한다.
“그 시절 나에 대한 합리화나 한때 뜻을 같이했던 동료들에 대한 배신으로 각인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저자는 “역사는 개인의 아픔이나 과거보다 훨씬 크고 깊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민족의 비극사를 초래하면서까지 광주사태를 유발한 정치적 배경과 목적을 우리는 후손들에게 바르게 알려야 한다”는 게 저자의 일성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20-10-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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