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뽑기’까지 등장한 전세대란, 정부 대책은 뭔가

[사설] ‘뽑기’까지 등장한 전세대란, 정부 대책은 뭔가

입력 2020-10-14 20:34
수정 2020-10-1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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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 대란에 세입자를 뽑기로 정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그제 전세로 나온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66.6㎡)를 9개 팀이 순서대로 방문하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제비뽑기를 했다. 제비뽑기에 당첨된 팀이 바로 계약했고, 탈락한 팀의 가족은 이 같은 사실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 아파트 단지에 워낙 전세 매물이 귀한데 기존 세입자가 해당 시간대에만 집을 보여 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풍경이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67주 연속 올랐다. 지난해 가을 이사철부터 1년 이상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 7월 말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기존 전세계약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귀해졌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신규 세입자가 최대 4년 거주할 수 있게 되자 집주인이 전셋값을 한 번에 수억원씩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 계약도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전세 물량이 예년보다 적지 않다”, “(전세시장이) 지금은 불안하지만 몇 개월 있으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대답이다. 시장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오만에 따른 대혼란은 주거취약계층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어제서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새로 전세를 구하는 분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셋값 상승요인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세입자의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결혼이나 이직 등으로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의 고통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기존 세입자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신규 세입자가 된다. 공공임대주택 등 공급물량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도 시간차가 발생한다. 공급 확대를 늦출수록 취약계층의 고통도 길어진다.

2020-10-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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