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쫓자” 십자가로 휴가 나온 군인 폭행해 숨지게 한 목사

“악령 쫓자” 십자가로 휴가 나온 군인 폭행해 숨지게 한 목사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9-04 16:28
수정 2020-09-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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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의 악령을 쫓아내겠다며 안수기도를 하던 중 현역 군인인 20대 신도의 목을 조르고 십자가로 폭행한 끝에 숨지게 한 목사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김미경)는 4일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기지역 모 교회 목사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목사를 도와 피해자의 팔다리를 붙잡는 등 범행을 함께 한 목사 부인 B씨, 또 다른 목사 부부 C·D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월 7일 오전 1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에서 군 휴가를 나와 군 생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신도 E(24)씨에게 안수기도를 하던 중 십자가로 온 몸을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 등은 A씨를 도와 피해자 E씨의 팔다리를 붙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피해자가 뱉어내는 침을 받는 등 범행을 함께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 가담자는 두 목사 부부 4명 외에 더 있었다. 목사 C씨 부부의 두 딸이다.

다만 16세인 큰딸은 만 18세 미만이라 소년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됐고, 9세인 작은 딸은 형사 미성년자여서 입건되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군 휴가기간 동안 교회에 머물면서 기도하기로 했던 피해자 E씨에게 “군 생활 스트레스 등 정신적 고통의 원인은 몸속의 악령 때문”이라며 합숙을 시작한 2월 2일부터 스스로 몸을 때리고 구역질을 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나흘 뒤인 같은 달 6일 오후 11시쯤 당시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교회에 합숙하고 있던 C씨 가족들을 한자리에 불러 당시 금식으로 인해 탈수 상태였던 피해자 E씨를 상대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축귀’ 행위를 하다가 그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꿈꾸던 삶을 살지도 못한 채 생을 마쳤고, 유족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을 겪었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려는 선의의 목적으로 기도를 시작했고, 이익이나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닌 점, 사망의 고의가 있는 살인죄가 아닌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다만 목사 A씨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극심하게 반항하는데도 잔혹한 폭행을 했고, 아내뿐만 아니라 기도를 목적으로 교회에 온 C씨 가족들에게도 위협하는 말을 하며 범행에 가담케 했다”며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 변상에 합의한 점이 인정되나 24세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죄책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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