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케이팝 평론가 제프 벤저민
기술 혁신으로 친밀감·다양한 경험 줘
코로나 사라져도 비대면 공연 늘 것
소규모 아티스트 위한 협업도 필요
미국의 케이팝 전문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이 27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0문화소통포럼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케이팝 공연 문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케이팝 전문가’로 통하는 미국 빌보드의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코로나 시대의 케이팝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놨다. 27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2020문화소통포럼에 화상 연결로 참여한 그는 팬데믹 이후 케이팝 공연 문화와 팬덤 유지에 대해 발표했다.
2012년부터 칼럼과 방송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 그룹을 세계에 알려 온 제프 벤저민은 최근 온라인 공연이 가져온 변화를 먼저 언급했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슈퍼엠, 슈퍼주니어, 방탄소년단 등의 비대면 콘서트를 거론한 그는 “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닫았지만 이들은 가상 공연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비즈니스 이상으로 팬들과 상호작용을 유지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R)과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실감 나는 재현과 실시간 소통, 한국이 만든 문화인 응원봉 연동 등 세부 장치들이 팬들에게 직접 소통하는 느낌을 줬고, 팬덤 유지에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새로운 방식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차별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라이브 스트리밍에 대한 피로감도 함께 커지는 만큼 공연을 꼭 봐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명한 팀이든 신생이든 똑같다”면서 “결국 활발한 협업과 신기술 적용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고 기존과 다른 경험을 줘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비대면 공연은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프라인 공연만이 제공하는 비음악적 경험이 있지만, 이전보다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 대규모 인원을 모아 공연을 여는 게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는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공연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이는 결국 혁신과 협업을 통해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자로 참여한 아나 세라노 온타리오 예술 디자인대 총장은 “대형 스타가 아니면 (비대면 공연을) 성공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결국 협업이 중요하다”며 “대형 아티스트들이 소규모 아티스트들을 돕고, 이 과정을 공공 분야가 지원하는 등 새로운 역할도 필요하다”고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글 사진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0-08-28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