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화문 집회’ 허용한 법원 코로나 폭증에 책임 느껴야

[사설] ‘광화문 집회’ 허용한 법원 코로나 폭증에 책임 느껴야

입력 2020-08-23 20:08
수정 2020-08-2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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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광복절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자 이 집회를 허가한 법원을 향해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광화문 시위 참석자 중 확진자가 132명으로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감염의 원천이 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해당 판사를 해임해달라는 청원이 지난 20일 올라와 이틀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법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금지는 직접적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당시 결정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는 법원이 완전무결하고 판사들이 무오류 집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권분립에 따른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며, 법률과 양심에 기반한 법원의 판단은 존중해 왔다. 여론과 괴리된 판결조차도 수용해 왔다. 그런 만큼 법원은 자신들의 판단이 잘못되었고, 그 잘못이 현실에서 확인되었다면 스스로 반성하고 교정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감염병법상 집회제한지역의 시위를 원칙금지한 행정소송법 등 개정안에 해당 판사의 실명을 박아넣는 집권당 의원의 도발도 막을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으로 전 세계가 패닉에 빠진 시국이라면 법원은 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재판부가 감염병이라는 특수성보다는 법조문에만 얽매인 결과가 바로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는 게 맞지만,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상황에서는 공동체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집회의 자유는 다소 소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마스크 의무 착용 조항이 없지만 국민이 ‘마스크 미착용 시 대중교통 탑승 금지’ 규제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법부는 광화문 집회 허용에 ‘오류가 없다’는 식으로 버틸 게 아니라 국민에게 유감을 표명하거나 자성해야 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적 보완책도 검토해야 한다. 방역정책 등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리는 한계를 보완할 만한 전문성도 갖출 수 있길 바란다.

2020-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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