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21대-구태를 끊으면 국민이 보인다] ③ 품격 의정-용두사미 징계 OUT
‘일하는 국회’ 희망하며… 21대 국회 개원
21대 국회 임기 시작 이틀째인 31일 국회의사당 본청 외벽에 국회 개원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국민들이 다 보고 있어요. 어디다 반말하세요?”(새누리당 이장우 전 의원)
2016년 7월 5일, 20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 둘째 날인 이날 당시 국민의당 소속 김 전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지역 편중 인사 문제를 지적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다. 김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이 설전을 벌이면서 질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회의까지 정회됐다. 설전 다음날인 6일 이 전 의원은 김 전 의원이 자신을 모욕했다며 징계안을 제출했고, 일주일 뒤 김 전 의원도 이 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둘은 두 달 뒤에 소리소문 없이 징계안을 동시에 철회했다. 20대 국회 첫 징계안은 이렇게 정쟁용으로 소모됐다.
31일 서울신문이 16~20대 국회 제출된 징계안 195건을 전수분석한 결과,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기 전만 해도 징계안 제출 사유는 회의 방해와 폭행이 많았다. 상임위 법안 심사 등을 막기 위해 벌인 몸싸움이 폭행으로 번져 의원들이 서로 징계안을 제출한 것이다. 18대 국회(2008~2012년)에서 회의 진행 방해를 이유로 징계안이 제출된 게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폭행은 1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징계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이유로 ‘의원들의 부담’을 주로 든다. 대부분 징계안이 정쟁 때문에 나온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 앞장서서 동료 의원을 자기 손으로 징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10년차 한 보좌진은 “징계안 자체가 정쟁용이라 잠깐 화제를 끌고 나면 그때뿐”이라며 “윤리특위 내에서도 특정 당만 의결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아예 다루지 말자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회에서도 대책 차원에서 윤리특위 개선 법안 등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대표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통합당 정병국 전 의원은 독립적인 국회의원 윤리전담기구를 설치하여 국회의원의 윤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폐기됐다.
특히 기존에 상설기구였던 윤리특위가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비상설로 전환되면서 국회 내에는 의원 징계를 논의할 기구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품위 유지를 위한 의원들의 자정 활동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 30일 발표한 ‘국회 의원윤리심사기구의 상설화 필요성’ 자료에서 의원윤리심사기구를 상임위원회 등의 상설기구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전진영 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의원이 아닌 일반인이 심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윤리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에 대한 징계 의결시한을 신설해 논의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의원 징계안이 제출된 경우 정해진 기간 내에 반드시 이를 처리하도록 국회법에 명시해 징계안 자체에 무게감을 높이자는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윤리특위가 자문위 의견 접수 후 의결하지 않으면 징계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간주해 즉시 본회의에 회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이를 체포동의안과 마찬가지로 48~72시간 안에 반드시 의결하도록 의무화해 강제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06-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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