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코로나 못 버티고… 닛산·인피니티, 16년 만에 한국 떠난다

불매·코로나 못 버티고… 닛산·인피니티, 16년 만에 한국 떠난다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20-05-28 22:34
수정 2020-05-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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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회계연도 7조 7185억원 순손실

부품관리 등 AS는 2028년까지 제공
한국닛산 “글로벌 차원 사업 개선 일환”
인도네시아·바르셀로나 공장도 폐쇄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 사업 축소 관측
닛산 엠블럼(로고)
닛산 엠블럼(로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 판매 감소와 전기자동차(EV) 확산 등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사진은 2017년 2월 9일 일본 도쿄 인근의 요코하마 글로벌 본사 갤러리에 전시된 닛산자동차 차량. 요코하마 AP 연합뉴스
일본의 자동차 기업 닛산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일본차 불매운동과 코로나19에 따른 판매 부진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닛산은 28일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의 국내 판매를 올해 말 중단한다고 밝혔다. 2004년 한국에 진출한 지 16년 만이다. 다만 기존 고객을 위한 차량 품질보증, 부품관리 등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2028년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철수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식 사이트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한국닛산은 “이번 철수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 개선 방안의 일환”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내린 최종 결정”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한국 시장의 상황이 더욱 악화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닛산의 철수설은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월 판매량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을 때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닛산 측은 철수설을 부인했다. 이후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매출은 급격히 줄었다. 1~4월 판매량은 닛산 813대, 인피니티 1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1%, 79% 떨어졌다. 올해 4월까지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닛산이 1.05%, 인피니티가 0.20%에 그쳤다.

앞서 닛산 본사는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 6712억엔(약 7조 718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며 한국 시장 철수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도에 3191억엔(약 3조 67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다음해 거액의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닛산이 연간 결산에서 순손실을 낸 것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충격이 반영된 2008년도 이후 11년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따른 전 세계 판매량 감소가 닛산 실적 악화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닛산의 2019년도 판매 대수는 일본에서 10% 줄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14%, 19%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닛산은 이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합리적인 추정이 어렵다”며 내년도 실적 전망 공표를 보류했다. 이어 “2023년도까지 새로운 중기 경영계획을 제시하고 전 세계 생산능력을 20% 줄여 연간 540만대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며 구조조정 계획을 함께 밝혔다. 닛산은 인도네시아 공장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사업을 축소한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20-05-2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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