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약층 아사 직전인데, 현금지원 ‘골든타임’ 놓칠 건가

[사설] 취약층 아사 직전인데, 현금지원 ‘골든타임’ 놓칠 건가

입력 2020-03-23 22:42
수정 2020-03-24 02:1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의 삶은 더 눈뜨고 보기 힘들 만큼 비참하다. 소득원이 끊긴 한 모자(母子) 가정에서는 80대 노모가 리어카를 끌고 폐지 줍기에 나섰지만, 이번 달 월세는커녕 전기·수도요금 등 공과금도 낼 수 없을 지경이라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당장 가용할 현금이 없어 굶거나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 소환된 취약계층은 바이러스가 무서운 게 아니라 아사(餓死)를 두려워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들이 쌀과 김치로 끼니라도 잇게, 월세 내고 쫓겨나지 않게, 공과금을 내서 수돗물과 전기라도 끊기지 않게 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된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이 한 달 가까이 겉돌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 해석이 필요 없다. 재정건전성 논리 또한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재난구조의 일차적 관건은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피구조자가 견뎌낼 시간적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구조 성공률은 현격히 낮아진다. 이것저것 고민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에 취약계층을 구조할 ‘골든타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다행히 정부가 저소득층 생계지원을 위한 ‘한국형 재난기본소득(수당)’ 도입을 논의하고, 보수야당도 ‘긴급구호자금’ 투입을 제안한다지만 대상과 방식의 조율에 시간이 또 속절없이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는 사이 이번 달 공과금은 또 연체되고, 취약계층은 또 절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정말 고민할 시간이 별로 없다. 특히 2월 중순 이후로 수입이 끊긴 사람들이 정부의 지원과 공동체의 연대로 삶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특별재난지역이 된 대구시가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생계자금을 총선이 끝난 4월 16일에나 지원한다고 하니 ‘골든타임’에 대해 인식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0-03-2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