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동행/윤석진

입력 : ㅣ 수정 : 2020-02-2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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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우리 좋은 날 60×60cm, 장지에 분채, 2017 한국화가. 성신여대 대학원 동양학과 석사. 개인전·그룹전 다수

▲ 이영지/우리 좋은 날
60×60cm, 장지에 분채, 2017
한국화가. 성신여대 대학원 동양학과 석사. 개인전·그룹전 다수

동행/윤석진

저기, 저 비행하는 새들을 보아라

저들이 대열을 이루는 것은

외로워서가 아니다

길을 몰라서도 아니다

함께했던 고단한 수만 리의 시간들

저들은 몸으로 기억한다

기나긴 여로, 같은 운명을

선두를 다투지 않는

누가 낙오하는 것도 원치 않는

저 새들, 날아가다 지치면

맨 뒤로 자리 바꿔 동료들이 만든

상승기류에 날개를 얹는다

천적이 나타나면 제 살길 찾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더 견고하게 대열을 짓는

천년만년 한가지로 변함이 없는

더 빨리 더 오래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저들의 비행

보아라 내 사랑이여

내가 사는 강변 마을에서 시오리 걸으면 바다가 나온다. 이십 년 전에는 동무들과 술 한잔하고 새벽녘에 걸어서 그 바다에 이르곤 했다. 갈대밭이 우거진 바다는 철새들의 천국이다. 재두루미나 고니 같은 아름다운 새들도 볼 수 있다. 저물 무렵 철새들은 군무를 춘다. 송이눈이 내릴 때의 군무는 신비하다. 어느 아침 이어폰을 낀 한 서양 할머니를 만났다. 뭐 하시오? 물으니 작년에 만난 재두루미 한 마리가 철새들 속에 있다 했다. 그 두루미를 만나려고 미국에서 왔다 한다. 트럼프만 미국 사람인 것은 아니다.

곽재구 시인
2020-02-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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