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스케이트장 16년… 처음엔 겨울 낭만, 요즘은 운동 성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16년… 처음엔 겨울 낭만, 요즘은 운동 성지

최병규 기자
입력 2019-12-26 22:30
수정 2019-12-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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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뜁시다! 넘버원 스포츠] <끝> ‘생활 스케이트의 요람’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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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찾은 이용객들이 서울시청 구청사를 배경으로 즐겁게 얼음을 지치고 있다.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내년 2월 9일까지 52일 동안 운영된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26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찾은 이용객들이 서울시청 구청사를 배경으로 즐겁게 얼음을 지치고 있다.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내년 2월 9일까지 52일 동안 운영된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영선(41)씨는 10년째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얼음을 탄다. 올해도 지난 20일 개장한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았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나 모처럼 시내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나들이 나온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열심히 얼음을 지쳤다. 2010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정빙시간이 끝난 뒤 호각 소리에 빙판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인파에 김씨는그만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파에 익숙해지면서 요령이 생겼다. 한 타임 주어진 60분의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김씨는 “공간이 좁아서 빨리 탈 수는 없지만 한겨울 서울시내에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이만큼 몸을 써가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곳이 또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2010년 죽을 고비를 넘겼다. 평소 비만에다 혈압이 높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뇌출혈 때문에 병원에 실려갔다. 다행히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고 후유증도 없어 입원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 문을 무사히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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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씨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자신의 몸에 순종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술과 담배는 아예 끊었다. 대신 짬 나는 대로 운동에 매달렸다. ‘칼퇴근’ 후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6개월 뒤 약 10㎏이 빠졌다. 몸무게를 줄였더니 몸과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그러나 수영은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동대문까지 걸어가 돌아오는 청계천 수로길은 너무 지루했다. 그러고 보니 사무실 북쪽에는 인왕산이, 남쪽에는 남산이 있다. 산은 오르지 못해도 자락길이나 숲속길을 이용하니 잰걸음으로 다녀오기엔 딱이었다. 덕수궁을 거쳐 남산길을 오른 뒤 식물원을 찍고 명동을 거쳐 돌아오니 딱 1시간 10분이 걸렸다. 사직공원 옆에서 시작해 세검정 윤동주기념관을 돌아 다시 돌아오는 인왕산 자락길과 시간이 엇비슷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반복돼 지루하지도 않았다. 수영에 버금갈 정도의 효과를 봤다.

그런데 겨울이 문제였다. 계곡에서 불어대는 칼바람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겨우 추스른 건강을 되레 망칠 수 있다는 염려도 들었다. 서울시청 앞을 지나다 문득 스케이트장이 눈에 띄었다. 김씨는 거기서 ‘대안’을 찾았다. 산에 오르는 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하지만 모처럼 몸에 익힌 운동 리듬을 잇는 데는 그만한 게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김씨는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놀이문화는 누군가에게는 그 이상의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역시 건강한 사람들에겐 놀이터에 불과하지만 저처럼 건강의 ‘묘수’를 찾는 이들에겐 훌륭한 ‘처방전’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매년 12월 20일을 전후로 개장해 이듬해 2월 중순까지, 약 2개월 동안 문을 여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처음 운영된 건 2004년으로 올해가 벌써 16년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촛불시위가 절정에 다다르던 2016년 겨울을 제외하곤 줄곧 학생과 소외계층 등을 위한 서울의 대표적인 스포츠레저 시설, 더 나아가 문화복지 시설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지난해까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이용객 연인원은 234만여명에 달한다. 한 해 평균 14만 7143명이 이곳에서 얼음을 탄 셈이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체육회 체육진흥부 여가스포츠팀의 임진수 주임은 “79일 동안 운영했던 2008년에는 가장 많은, 무려 28만여명이 서울광장에서 스케이트를 탔다”면서 “이용객의 70%는 주로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초기에는 단순히 호기심에 이곳을 찾아 놀이 개념의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더 많았다면 요즘에는 단체 강습을 받는 등 단순한 레저를 뛰어넘어 제대로 된 생활체육으로서의 스케이트를 즐기는 겨울운동 ‘마니아’층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는 1개반 75명 정원의 강습반이 운영되고 있다. 임 주임은 “평일인 월~목요일 하루에 4개반을, 주말인 토~일요일에는 오전 2개반을 상대로 스케이트를 가르친다”면서 “강사진도 스케이트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 빙상 선수 출신 전공자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2265㎡ 넓이의 메인 링크 한켠에 최근 인기가 높아진 컬링장도 조성했다. 120㎡ 넓이의 길쭉한 컬링장에도 강습반을 만들어 주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겨울체육의 지식을 보다 폭넓게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만 있는 게 아니다. 한강대교 밑 인공섬으로, 중지도라 불리던 노들섬에 조성된 노들마당 스케이트장도 있다. 지난 9월 28일 개장한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내에 지어져 서울광장 스케이트장보다 하루 늦은 지난 21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 도시재생실 공공재생과 하광수 주임은 “우리가 관리·운영하는 이 스케이트장은 규모는 서울광장보다 조금 작지만 50~60년대 꽁꽁 언 한강에서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던 모습을 50여년 만에 훌륭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노들마당 스케이트장은 내년 2월 16일까지 58일 동안 운영된다.

송파구 서울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광장 스케이트장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체육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조성해 운영하는 이곳은 지난해 3만 5000명이 다녀갈 만큼 서울 강동지역의 명소가 됐다. 이 스케이트장은 오는 31일 개장해 내년 2월 6일까지 대한민국 생활스케이트의 요람으로 거듭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9-12-27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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