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0일 기준 극장 관객수는 2억 977만 7116명이다. 통상 12월 한 달간 20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든 것을 고려하면 2억 2000만명은 충분히 넘겨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역대 연간 최다 관객은 2017년의 2억 1987만명이었다.
극장가의 활황은 올해 1000만 영화만 다섯 편을 배출한 영향이 크다. 상반기 개봉한 ‘극한직업’(1626만명), ‘어벤져스: 엔드게임’(1393만명), ‘알라딘’(1255만명), ‘기생충’(1008만명)에 이어 지난 7일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10일 기준 1093만명)가 ‘1000만 클럽’ 막차를 탔다. ‘명량’, ‘국제시장’, ‘겨울왕국’, ‘인터스텔라’까지 1000만 영화를 4편 배출한 2014년을 넘어섰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올해는 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스무살이 되는 해”라며 “1인당 한 해에 극장을 4~5번은 찾는 시대이기 때문에 특정 연령층만 잡아도 1000만 관객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 기록은 해묵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재점화하는 계기도 됐다. 지난 1일 한 시민단체는 서울중앙지검에 ‘겨울왕국2’의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가장 화제가 됐던 영화는 단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두 가족의 만남을 소재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을 신랄하게 묘사하면서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박스오피스를 다루는 ‘모조’에 따르면 지난 10월 11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는 12일(현지시간)까지 1943만 달러(약 231억 8776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칸영화제를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각종 상을 휩쓸고 있다. LA비평가협회는 지난 8일(현지시간)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튿날 골든글로브상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영화를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 감독상 후보에 올렸다. 미국 영화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아카데미상(오스카)에 이어 미국 주요 영화상으로 꼽히는 만큼 내년 2월 아카데미상 수상에 관한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편 신인 김보라 감독의 ‘벌새’도 베를린영화제 섹션 14+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국내외 영화제 40관왕에 올라 여성 서사의 힘을 보여 줬다.
‘영상제국’ 디즈니의 공습이 어느 때보다 거센 한 해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에 이어 ‘겨울왕국2’까지 1000만 관객 영화 5편 가운데 3편을 디즈니가 제작했다. 관객 동원 상위 10위까지 보면 ‘캡틴 마블’과 마블스튜디오가 소니픽처스와 협업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무려 5편이 디즈니 영화다.
이를 두고 디즈니의 독특한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마블스튜디오, ‘알라딘’과 ‘라이온 킹’ 등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 영화들은 디즈니스튜디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픽사스튜디오가 각각 제작한다. 디즈니가 자회사를 내세워 장르별로, 시기별로 한국 영화시장을 적절히 공략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겨울왕국2’는 비수기로 꼽히는 4월과 11월에 스크린을 독과점 공략하면서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했다. 내년에도 새로운 마블시리즈를 비롯해 디즈니 실사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어서 영상 제국의 공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