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블루투스 기기 1개가 연결되었습니다/김은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블루투스 기기 1개가 연결되었습니다/김은지

입력 2019-11-28 17:54
수정 2019-11-2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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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 지하철
서용선 / 지하철 163×138㎝,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0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 제26회 이중섭 미술상
블루투스 기기 1개가 연결되었습니다 / 김은지

영국은
외로움을 관리할
전담 장관을 뽑았다고 한다

파란빛이 도는
블루투스 문양을 따라 그린다
이런 무늬는 누가 만들었을까

바쁘시죠
내가 먼저 묻는 건
기꺼이 외로움을 선택하고 싶어서

혼자 밥을 잘 먹고
일기장을 버릴 수 있고
책에서 가붓하다라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
메모장에 적어 두었지만

오늘은 듣고 싶었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담담하게 엄마가 돌아가신 얘기를 하며
이사해야 하는 사정을 말하는데
달빛이 드리우는 방에 산다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싶었다

두 시간씩 전철을 타고 와
후회를 털어놓고
요즘 듣는 노래를 물어보는 밤

켠 적 없는 블루투스가 연결되었다

***낙엽이 바람에 날린다. 주위에 외로운 사람들 많고 많다. 영국처럼 외로운 이를 전담할 정부 부서는 생각할 수도 없다. 동무여, 은행잎 날리는 벤치에 앉아 지난날 읽었던 시집을 꺼내 읽자.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소중한 이에게 손수레에서 산 구리반지 하나를 선물하자. 완행열차를 타고 산마을에 들어 밤하늘의 별을 보자. 그래도 외로울 것이다. 어찌하랴? 우리가 지닌 외로움, 생의 동무인 것을.

곽재구 시인
2019-11-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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