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대체 식량 곤충식품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사육동에서 김성현 연구사가 ‘장수애’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장수풍뎅이의 유충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단백식품인 장수애는 귀여운 생김새 덕분에 애완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경북 예천 선우인섹트아카데미에서 갈색저거리 유충을 넣고 강정을 만들고 있다.
경기도 파주 한미양행에서 곤충을 주원료로 한 건강식품을 제조하고 있다. 한미양행에서는 식용곤충으로 만든 19가지의 건강기능식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귀뚜라미가 산란매트에 낳아 놓은 알. 두 달간의 생애 동안 500여개의 알을 낳는 귀뚜라미는 왕성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FAO는 식품으로서 거부감이 높은 곤충을 왜 그 대안으로 제시했을까. 우선 곤충은 소나 돼지 같은 가축에 비해 넓은 사육면적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아 빠른 기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귀뚜라미는 보통 한 번에 500개의 알을 낳는다.
또한 1㎏ 생산 기준으로 볼 때 들어가는 사료가 육류보다 매우 적다는 장점이 있다. 영양적으로도 육류만큼 높은 단백질 함유량을 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불포화지방산이 총지방산 중 70% 이상을 차지하며 칼슘, 철 등 무기질 함량 또한 높아 영양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곤충은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가스와 같은 온실가스를 훨씬 적게 배출해 친환경적인 식품이다.
선우인섹트아카데미 오병인 대표가 곤충이 들어간 형형색색의 강정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 대표는 곤충식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보기 좋고 먹기 편한 형태의 음식 30여가지를 개발했다.
우리나라도 곤충식품 선진국으로 꼽힌다. 곤충식품 연구의 메카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2014년 전까지 곤충식품은 전통적 먹거리 벼메뚜기등 3종에 불과했지만 불과 4년 만에 갈색저거리 유충 등 4종을 추가해 현재 7종을 곤충식품으로 등재했다.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사육동에서 김 연구사가 흰점박이 꽃무지 유충 사육통을 살피고 있다.
곤충산업과 황재삼 연구관은 “현재 22가지의 곤충을 사육하면서 식품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3종을 추가로 식품으로 등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갈색저거리의 장기 복용이 수술 직후 암환자의 영양상태 개선과 면역력 향상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곤충산업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듯하다. 올해부터 정부는 9월 7일을 ‘곤충의날’로 지정하는 등 국가적인 홍보와 지원으로 곤충식품에 대한 인지도 자체는 상당히 높아졌지만 문제는 곤충식품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고 지원 등을 받아 급속도로 늘어난 곤충사육 농가수에 비해 판로가 마땅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민간기업도 곤충식품의 상품화를 구상하고 있지만 장애물이 적지 않다. 아직까지 규격화된 사료나 사육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곤충식품의 생산 또한 규격화·대량화에 이르지 못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신산업 초기에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문제는 단기적 안목의 정책이 오히려 곤충산업 전반에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식량난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규격화된 사육 방법을 확산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곤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곤충과 접하는 기회를 만들면서 한 걸음씩 곤충산업의 기초를 다져야 할 것이다.
글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019-09-20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