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해 축구 경기장 입장하려다 감옥 가게 된 이란 여성 분신 사망

남장해 축구 경기장 입장하려다 감옥 가게 된 이란 여성 분신 사망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9-11 05:10
수정 2019-09-1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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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팬들이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모로코와 이란 경기가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이란 여성을 그들의 스타디움에 들어가게 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AFP 자료사진
이란 축구팬들이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모로코와 이란 경기가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이란 여성을 그들의 스타디움에 들어가게 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AFP 자료사진
남자로 변장해 축구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들켰던 이란 여성이 재판 과정에 오랜 감옥 살이를 하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법원 밖에서 분신했던 이란 여성이 일주일 만에 끝내 숨졌다.

사하르 코다야리란 본명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인 테헤란 에스테그랄의 팀 컬러에 착안해 ‘블루 걸’로 더 널리 알려진 이 여성은 일주일 전 테헤란 법원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당겼다. 이란 국내보다 해외에 흩어져 사는 이란인들 사이에 그녀의 얘기는 더욱 널리 퍼져 해시태그 블루 걸을 붙여 시대착오적인 여성의 축구 관람 금지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영국 BBC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코다야리는 지난 3월 에스테그랄의 홈 경기를 관전하려고 남자로 변장한 채 경기장 입장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사흘 구류를 살고 보석으로 풀려난 그녀는 6개월 동안 자신의 재판이 열리길 기다려왔다. 하지만 막상 법정에 나가자 판사가 가족에 위급한 일이 생겼다며 재판을 연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정에 다시 나온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나와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6개월에서 2년까지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녹음해 알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결국 일주일 뒤 싸늘한 주검이 됐다.

이란에서는 남자 스포츠 경기에 여성 관람이 1981년 이란 혁명 이후 금지돼왔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이란-포르투갈 경기를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전광판으로 중계했을 때 일시적으로 여성 입장을 허용했지만 그 뒤 여전히 여성의 축구 경기장 관람은 금지되고 있다.
이란 여성 축구 팬들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때 잠깐 자유를 만끽했다. 포르투갈과 이란의 조별리그 B조 경기를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전광판 중계로 응원하던 한 여성이 환호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이란 여성 축구 팬들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때 잠깐 자유를 만끽했다. 포르투갈과 이란의 조별리그 B조 경기를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전광판 중계로 응원하던 한 여성이 환호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달 31일 시한으로 정하고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허용하라고 압박했지만 이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FIFA는 코다야리의 죽음에 성명을 내고 “이 비극을 알고 있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고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란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막는 이 합당한 싸움에 참여하는 모든 여성의 자유와 안전을 이란 당국이 보장해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를 반복한다”고 밝혔다.

국제 앰네스티의 필립 루터는 “가슴 아픈 일”이라며 “그녀의 죽음이 헛되이 되선 안된다. 장차 더한 비극을 피할 수 있도록 이란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이란 축구대표팀의 주장 마수드 쇼자에이는 인스타그램에 “미래 세대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낡고 비루한 가치관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많은 소셜미디어 유저들이 FIFA가 이란축구협회를 징계하라고 요구하는 등 국제 스포츠연맹들이 이란의 국제대회 참여를 막는 등 제재해달라고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이 이달 초에 시작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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