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시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하기 위해 총기참사 부상자들이 입원해있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마이애미 밸리 병원 근처에서 총기 소지 반대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9.08.10 데이턴 AF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격 사건이 총기규제 논의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언사가 증오범죄를 방조했는 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면서 3개월 뒤 치러질 버지니아주 선거가 유권자 표심을 확인할 첫번째 정치적 시험대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2007년 버지니아텍에 이어 지난 5월 버지니아비치시 청사 단지에서 일어난 총기참사로 45명이 숨졌다. 민주당 소속인 랄프 노섬 주지사는 지난달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 8개 총기규제 법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화당에서도 직접 총기규제 법안을 제출하는 등 과거와 달리 초당적 합의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법안 제출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아무런 성과 없이 90분 만에 논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주에서 총기규제가 미뤄져 온 가장 큰 요인은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영향력 탓이다. 전·현직 대통령과 관료, 의원, 법관 등 여론 주도층 500만명을 회원으로 둔 NRA는 대관 로비와 홍보에만 연간 수억 달러를 지출한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이 대표적 인사다. 2012년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이후에도 NRA의 로비로 규제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NYT는 미 최대 로비단체로 군림해온 NRA가 최근 내홍을 겪으며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데다,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총기 반대 단체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어 총기규제 이슈가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총기에 맞서 행동을 요구하는 엄마들’ ‘건스 다운 아메리카’ 같은 단체들은 민주당 의원들과 협력해 총기규제 법안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운영하는 총기 반대 단체는 최근 버지니아주 선거를 위해 25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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