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색국가 日 제외’ 조치 서두를 필요 없다

[사설] ‘백색국가 日 제외’ 조치 서두를 필요 없다

입력 2019-08-08 17:36
수정 2019-08-09 00: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文대통령 “승자 없는 게임” 지적도…日 첫 수출 허가에도 불확실성 여전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과 관련해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것”, “일본 기업들도 수요처를 잃는 피해를 볼 것”, “국제 자유무역 질서 훼손” 등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했지만, 그 핵심은 한일이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갈등을 부추길 추가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어제 일본을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관련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확정하려다 잠정 보류한 것도 이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당초 개정안은 현행 ‘가’와 ‘나’로 분류된 수출 상대국에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적용하는 ‘다’를 신설해 일본을 포함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한국을 기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 해당하는 A그룹에서 B그룹으로 강등시킨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맞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카드이기는 하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 명분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생채기를 내고, 실리적으로도 일본 전체 수입에서 한국산 비중이 약 5%에 불과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수출처를 잃는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어제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반도체 부품소재 3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감광액)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 지난달 4일 규제 조치를 시행한 이후 35일 만의 첫 허가다. 그제 수출 규제 시행령에 세부 품목을 명시하지 않은 데 이은 유화적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자유무역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따가운 국제 여론을 의식한 태도이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탐색용 카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출 규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규제 수위가 당초 예상을 밑도는 만큼 한국도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와 같은 상응 조치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방어적 차원에서 진행한 소재부품 국산화, 중소기업 지원, 국산 장비 구매 확대, 대·중소기업 간 상호보완 등의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그제 “미국은 이 문제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의 중재를 기대하기보다는 한국이 스스로 당면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2019-08-09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