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의 14살 꼴찌 소녀, 다이빙 불모지서 날아오르다

런던올림픽의 14살 꼴찌 소녀, 다이빙 불모지서 날아오르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19-07-14 22:24
수정 2019-07-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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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여자 다이빙 1m서 첫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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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한국다이빙 사상 첫 메달
김수지, 한국다이빙 사상 첫 메달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선수권대회의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첫 메달을 딴 김수지가 1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시상식을 마친 뒤 동메달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수지가 목에 건 동메달은 다이빙뿐 아니라 한국 여자 수영 종목을 통틀어 세계 대회에서 기록한 첫 메달이다. 광주 연합뉴스
박태환 이후 처음… ‘개최국 노메달’ 털어
중2 때 기대주로 첫 출전한 런던서 26위
2016년 리우올림픽 대표선발전 땐 탈락
두 번 쓴맛 뒤 세계선수권서 빠르게 성장
“3m 결선 진출해 도쿄올림픽 꿈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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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김수지가 역동적인 동작으로 회전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지난 1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김수지가 역동적인 동작으로 회전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김수지(21·울산시청)가 지난 13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국제수영연맹(FINA) 선수권 메달을 수확했다. 경영의 박태환(30)에 이어 한국인 역대 두 번째 메달리스트이자 수영 종목을 통틀어 여자 선수 ‘1호’ 메달이다.

김수지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말을 아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따로 있기 때문이었다. 김수지는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5차 시기 합계 257.20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년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동메달과 2011년 자유형 400m 금메달을 건 박태환에 이은 세계선수권 역대 네 번째 메달이다. 그는 “영광이다. 정말 기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오는 18일 열리는 3m 스프링보드를 더 자주 입에 올렸다.

1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다. 그러나 3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인 데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12명 안에만 들면 내년 도쿄행 직행 티켓을 얻게 된다. 그의 이번 대회 당초 목표는 3m 결선 진출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었다. 그는 “설령 광주에서 3m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다 해도 내년 4월 다이빙월드컵에서 반드시 올림픽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올림픽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수지는 중학교 1학년생이던 13세 때 대표팀에 첫발을 들였다. 울산 천상중 2학년 때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을 정도로 일찍부터 기대를 받았다. 당시 그는 한국선수단의 최연소 선수로 화제를 모았지만 대회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예선에서 215.75점을 받아 참가 선수 26명 중 꼴찌에 그쳤다.

그러나 큰 무대 경험은 김수지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울산 무거고 재학 3년 동안 김수지는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금메달 10개를 쓸어 담고 2015년 처음 출전한 카잔세계선수권 결선에서는 8위를 했다. 이듬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는 탈락했지만 이를 한 뼘 더 자라는 계기로 삼았다. 직간접으로 경험한 두 차례 대회에서 쓴맛을 본 것이 올림픽 출전 욕망을 더욱 부채질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 도쿄행 티켓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박유현 국민체육진흥공단 다이빙 감독은 “3m 스프링보드에는 김수지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가 20명 정도 있다. 12위 이내 성적 여부는 당일 컨디션에 달렸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수지 자신도 “3m 스프링보드는 1m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말 어렵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수지의 메달은 ‘개최국 노메달’의 부담을 단박에 털게 한 기특한 메달로도 기록됐다. 지난 17차례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최국이 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경우는 딱 세 차례 있었다. 1975년 제2회 대회를 유치한 콜롬비아(칼리), 1982년 제4회 대회를 치른 에콰도르(과야킬), 1986년 마드리드에서 제5회 대회를 개최한 스페인도 빛깔과 관계없이 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9-07-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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