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반 골루노프다”…러시아 기자 마약사건 일파만파

“우리는 이반 골루노프다”…러시아 기자 마약사건 일파만파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9-06-11 14:07
수정 2019-06-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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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거래한 혐의로 가택연금당한 러시아 언론인 이반 골루노프. 2019.6.11. 로이터 연합뉴스
마약을 거래한 혐의로 가택연금당한 러시아 언론인 이반 골루노프. 2019.6.11.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탐사보도 기자가 마약을 거래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의 후폭풍이 크다. 러시아 유력 언론사는 연대성명을 내 경찰을 비판했고, 크렘린도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신문사 코메르산트, 베도모스티, RBC 등은 10일(현지시간)자 신문 1면에 ‘나/우리는 이반 골루노프다’라는 항의성 문구를 싣고 온라인 매체 메두자의 기자 골루노프 체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코메르산트 등은 공동성명에서 “골루노프 마약 혐의 증거는 설득력이 없다. 그를 체포한 경찰의 행동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기자들은 경찰서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러시아 언론이 골루노프 체포에 반발하는 것은 마약 관련 혐의는 러시아에서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릴 때 자주 쓰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루노프의 소변 검사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모스크바 시내 거리에서 골루노프를 불심 검문해 배낭에서 마약 4g을 발견했다. 이후 그의 아파트에서 5g의 코카인 등을 확보했다며 불법 마약 거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 그러나 지난 8일 경찰의 구속 요청을 기각하고 골루노프를 8월 7일까지 2개월 동안 가택연금에 처하도록 판결했다.

골루노프는 법원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배낭과 집에 몰래 마약을 집어넣었다며 무혐의를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현재 취재 중인 장례사업 비리와 연관된 것이라고도 했다. 골루노프는 최근 러시아 대부업체 비리와 장례사업을 인수하려는 한 단체를 취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골루노프 사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크렘린도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이 지속적으로 협박을 당하거나 살해당했다. 미국의 비정부기구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1992년 이후 러시아에서 58명의 기자가 피살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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