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에 푹 빠진 중대 교수에게 물었다 ‘게임 중독’은 질병일까 아닐까

‘배그’에 푹 빠진 중대 교수에게 물었다 ‘게임 중독’은 질병일까 아닐까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9-06-05 17:43
수정 2019-06-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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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이 강한 술이나 담배 도박처럼 정말 게임이 중독의 원인이라면 미성년자들이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죠. 성인이 된 다음 게임을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정신적 연령이 됐을 때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자, 10명 중 9명의 청소년이 게임을 ‘문화’로써 즐기고 있는 가운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세계보건기구·의료업계의) 이런 잠재적 로직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교수)
질병 코드 ‘6C51’.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으로 게임 과몰입에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질병코드가 붙게 됐다. 국내 도입까지 최소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관계부처와 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게임 중독은 질병일까 아닐까.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반대에 앞장 서고 있는 위 교수는 5일 서울살롱 인터뷰에서 WHO·의료업계의 논리를 지적하며 “게임을 마약과 똑같다고 주장해 온 의료업계가 이제는 게임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게임에 중독된 3%만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논리를 뒤집은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복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에는) 군 면제 이슈, 건강보험 이슈, 병가 이슈 등 많은 이슈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문체부 복지부 외의 정부 부처에서도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면서 “특히 청소년이 장애인으로 몰리면 대학진학, 취업, 결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힘을 합쳐 진지한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위 교수는 게임 중독을 질병이 아닌 ‘사회 구조적 이슈’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적 취약 계층에서 중독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구조를 끊어내지 않는 한 질병코드 등록만으로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재능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대학입시나 입사시험을 위해 주입식으로 아이들을 쥐어짜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게임에 위로를 받는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인정한 다음 질병코드든 뭐든 논의하는 게 기성세대의 의무이자 책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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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에 열중하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배틀그라운드’에 열중하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인크래프트나 가족과 함께 몸을 움직이면서 즐길 수 있는 닌텐도 위, 리니지 같은 롤플레잉게임(RPG)이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서바이벌 슈팅게임도 순발력, 협동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게임입니다. 오히려 좀비처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현상이야말로 질병 아닌가요? 특정 매체, 특정 콘텐츠를 지목해서 질병 꼬리표를 붙여도 되는 걸까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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