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적정수준 외환 보유해야…외국인 국내 투자 과중” 경고

한은 “적정수준 외환 보유해야…외국인 국내 투자 과중” 경고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03-11 00:02
수정 2019-03-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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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 “해외투자는 변동성 완화에 도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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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줄곧 성공 신화만 써 온 것은 아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큰 시련을 국민들의 희생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하기도 했다. 사진은 1997년 당시 삼성그룹 직원들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서울신문 DB
한국 경제가 줄곧 성공 신화만 써 온 것은 아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큰 시련을 국민들의 희생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하기도 했다. 사진은 1997년 당시 삼성그룹 직원들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서울신문 DB
외국인 투자자금은 민감한 시장 변화에 반응해 환율·주가 변동성을 키우기에 시장 안정을 위해선 적정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0일 조사통계월보 2월호의 ‘대외포지션이 외환 및 주식시장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외환·금융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했다.

2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46억 7396만달러로 세계 8위 규모로 집계됐다. 자산별로 보면 유가증권이 3791억 1000만달러(93.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예치금과 금은 각각 152억 1000만달러(3.8%), 47억 9000만달러(1.2%) 규모였다.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은 33억 9000만달러(0.8%), IMF포지션(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부로 보유하는 교환성 통화를 수시로 찾을 수 있는 권리)은 21억8 000만달러(0.5%)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외부채에서 외국인 금융상품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을 앞서는 등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총대외부채 대비 포트폴리오 부채 비중은 2017년 말 기준으로 64.3%로, 이는 미국(54.8%), 일본(55.2%), 캐나다(49.1%) 등 선진국보다 상당히 높다. 말레이시아(39.1%), 인도네시아(40.8%), 폴란드(29.4%) 등 신흥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란 외국인이 국내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위험추구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가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포트폴리오투자가 일정 규모 이상 커질 경우 외환·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다. 외국인의 금융상품 투자자금은 시장 충격에 민감히 반응하며 유출입이 잦기 때문이다. 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외환보유액은 시장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환율·주가 변동성을 줄여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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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소폭 상승 출발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코스피는 상승 출발 후 혼조세.  2019.2.12  연합뉴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소폭 상승 출발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코스피는 상승 출발 후 혼조세. 2019.2.12
연합뉴스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은 한 국가의 지급능력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해 기업·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위기 발생 시 외화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또 해외공장 건설 등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자산 증가도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글로벌 생산체계가 구축되면 기업이 대외 여건 변화 등의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내국인의 포트폴리오투자 자산은 환율 및 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가 발생하면 국내외 금융시장이 함께 충격을 받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 해외투자자산을 팔아도 대외충격을 흡수하는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을 감안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직접투자를 확대해 경제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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