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교육적으로 해결” vs “경미한 폭력은 없어” … 교육계-학폭 피해자 커지는 입장차

“학교폭력 교육적으로 해결” vs “경미한 폭력은 없어” … 교육계-학폭 피해자 커지는 입장차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9-02-02 00:41
수정 2019-02-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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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운데 ‘경미한 폭력’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종결하고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한 교육부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개선안을 놓고 교육계와 피해 학생, 학부모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교에서의 ‘교육적 해결’에 보다 힘을 실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개선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본부는 논평을 내고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자체종결제의 조건을 벗어나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 간 동의와 충분한 사과, 화해가 이뤄진 경우 학교자체종결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자체종결제는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서면으로 동의해야 하고 피해 기간이 2주 미만인 경우, 지속된 폭력이거나 보복 행위가 아닌 경우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또 “1~3호 조치를 받은 경우 학생부 기재를 1회 유보할 경우 4호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과 보호자가 법적 분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학생부 기재 유보 조항을 확대하고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교육부의 개선안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기존의 학폭위가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까지 학폭위로 회부해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소송전 등 학교 내에서의 분쟁을 줄여 학교의 교육적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교원단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 피해자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없다”며 교육부의 개선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개선안을 발표한 뒤 3일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10여 건 올라왔다. 자신을 학교폭력 피해자인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모든 폭력이 피해자에게 주는 상처는 돌이킬 수 없으며 감히 경중을 잴 수 없다”면서 “아무리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범죄 사실은 모두 기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자신을 피해자라 소개한 청원자는 “우발적이거나 충동적인 학교폭력은 거의 본 적 없다. 가해자들은 누구보다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계를 잘 알고 있어 피해자의 숨통을 조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와 학부모의 이같은 우려는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한 판단이 피해자의 상처를 고려하지 못하고 학교폭력을 은폐하는 구실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데서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2018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발생 원인을 ‘단순한 장난(30.8%)’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20.6%)’로 꼽고 있다. 학교폭력의 대부분이 ‘장난’ 등 가벼운 이유로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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