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때 日 끌려갔던 95세 할머니

“정 많으셨던 분… 편안히 쉬시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명이 또 별세했다. 95세. 정부에 등록된 피해 생존자는 24명으로 줄었다.

정의기억연대는 28일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가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새해 들어 별세한 첫 피해자다. 재단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해 몇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유명을 달리했다. 유족 측 요청으로 피해 할머니의 신원과 이후 장례 절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열일곱 살이던 1942년 방직공장에서 퇴근하던 길에 군인에게 납치됐고, 10여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강제로 배에 태워져 일본 시모노세키로 끌려갔다. 할머니는 시모노세키에서 또다시 중국 만주로 끌려가 끔찍한 피해를 겪었다. 어느 날부터 일본군들이 오지 않아 해방됐다는 걸 알게 된 할머니는 “조선으로 가는 배가 있다”는 말에 동료들과 항구로 갔고, 조선인 선주에게 사정해 간신히 소금 밀수선을 얻어 타고 귀국했다.

정의기억연대는 “할머니는 활동가들을 보면 무척 반가워하고 집에 잘 돌아갔는지 확인 전화를 할 정도로 정이 많으셨던 분”이라면서 “피해의식과 죄책감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하셨고 항상 얼굴에 그늘이 져 있어 안타까웠다. 이제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 외롭고 힘든 기억 모두 잊고 편안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