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통허가권 발급 재개에 수출 기대감
국내 중견 게임사 펄어비스는 중국 게임사 스네일게임즈와 손잡고 글로벌 흥행작인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을 중국 시장에 출시하기로 했다. 스네일게임즈는 지난해 검은사막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전예약을 진행해 20만명이 넘는 사전예약자를 모았다. 검은사막은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에서 중국 게임 이용자들을 만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신문출판광전총국이 주관한 ‘2017 중국 10대 게임 시상식’에서 2018년 중국에서 가장 기대되는 10대 온라인 게임 1위에 뽑히기도 했다.검은사막 온라인.
스네일게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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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을 가로막던 중국의 ‘죽(竹)의 장막’이 열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환구망(環球網) 등 중국 언론들은 지난 21일 열린 ‘2018 중국 게임산업 연례회의’에서 중국 중앙선전부 출판국 펑스신 부주석이 “초기에 판호 발급을 신청했던 게임에 대한 심사를 마쳤다”고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펑 부주석은 “서둘러 판호를 발급하겠다”면서도 “대기 중인 게임이 많아 시간이 걸리니 업계는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게임 판호 발급 중단으로 게임시장이 얼어붙고 성장세가 둔화되자 중국 정부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3월 게임을 담당하는 기관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로 변경되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기조 역시 육성에서 규제로 돌아섰다. 신규 게임 출시가 가로막히면서 가파르게 성장하던 중국 게임시장은 휘청거렸다. 세계 최대 게임 유통사인 텐센트는 2005년 이후 13년 만에 분기 순이익이 감소했다. 매년 20%씩 성장하던 중국 게임시장은 올해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리니지:레드나이츠.
엔씨소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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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MU)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웹툰.
중국의 게임 유통사와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한국 게임에 대한 기대와 수요가 높아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만 재개되면 중국 시장으로의 재진입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1월 ‘지스타 2018’에서 “판호 발급 문제가 정리되면 중국 사업은 가파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호 발급 재개가 국내 게임업계 수혜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은 게임 판호를 내자(자국)와 외자(외국)로 구분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판호 발급이 재개되더라도 내자 판호 발급이 우선될 것으로 보이며 제한된 내자 판호 발급 기회를 놓고 중국 게임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면서 “외자 판호 발급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며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발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게임의 출시가 중단된 것은 사드 갈등과 자국 게임산업 보호 차원인 만큼 이번 판호 발급 재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침체에 빠졌던 중국 게임시장이 회복세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계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에 부는 훈풍이 국내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내자 판호만 우선 발급한다 해도 중국 게임사들이 국내 게임사의 IP를 제휴해 만든 게임이 출시되는 길이 열려 로열티 수입 확보와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상황이 호전될 경우 중단했던 중국 시장 진출 등 사업계획을 새롭게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중국 게임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년 사이 중국 게임업계의 개발 능력은 국내 게임업계를 거의 따라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중국 게임업계가 국내에 진출해 애플리케이션 마켓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에서 쉽지 않은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게임 도덕위원회’를 설립하고 폭력과 도박, 선정성 등의 요소가 있는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위 교수는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 시 게임의 선정성과 폭력성, 도박성 등을 기준으로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국 게임사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을 석권한 역사가 있어 중국 정부는 여전히 한국 게임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8-12-28 3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