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구해준 홈리스 돕자” 4억여원 모금했는데 짜고 친 사기

“날 구해준 홈리스 돕자” 4억여원 모금했는데 짜고 친 사기

임병선 기자
입력 2018-11-16 13:16
수정 2018-11-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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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착하게만 보이는 케이트 맥클러(28)와 홈리스 남성이 어색하게 서 있는 사진에 감명을 받은 이들이 많았다. 맥클러는 자동차 연료가 바닥 나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이 홈리스가 “(수중의) 마지막 20달러”를 털어 주유소에서 연료를 사 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며 해군 병사 출신인 그의 빚을 갚아주자고 호소해 1만 4000여명으로부터 40만 달러(약 4억 5000만원) 이상 모금했다.

그런데 짜고 친 사기극이었다. 미국 뉴저지주 벌링턴 카운티 검찰의 스콧 코피나 검사는 15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케이트 맥클러(28)와 사진에 등장하지 않는 남자친구 마크 다미코(39), 그리고 홈리스 자니 보빗이 한달 전에 미리 짜고 벌인 짓이라고 결론 내리고 셋을 사기 및 사기 모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보빗이 두 커플로부터 정당한 자신의 몫을 못 받았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셋의 추악한 범행이 덜미를 잡혔다. 세 사람에겐 5~10년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보빗은 여전히 구류 상태이며 커플은 풀려나 다음달 24일 법원에 출두하게 된다.

맥클러 커플은 지난해 11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 닷컴을 통해 1만 달러가 걷혔을 쯤부터 의류와 신형 밴 승합차를 구입하는 데 유용했고 심지어 보빗에게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서 떠날 것을 강요했던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또 두 사람은 모금된 돈을 두 트러스트 기금에 맡겨 약물 중독자인 보빗이 탕진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다미코는 지난 8월 N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보빗의 수중에 들어간 돈은 모두 약물 구입에 들어갔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커플은 모금된 돈 가운데 36만 7000달러를 자동차 구입, 휴가비, 명품 핸드백, 카지노 도박 등에 탕진했고, 보빗은 약 7만 5000달러를 챙겼다. 둘은 전혀 금융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다미코는 이 거짓 사연을 주제로 책을 집필하려는 욕심까지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피나 검사는 처음에 군인 출신인 데다 노숙자로 전락한 보빗을 동정해 무죄 방면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완벽하게 음모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여러 차례 미디어에 나가 거짓말을 늘어놓고 이미 2012년 페이스북에 비슷한 사연이 올라온 것을 떠올려 범행에 이용하는 등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판단했다.

한편 고펀드미 닷컴은 미국 CNN에 보낸 성명을 통해 모금에 참여한 이들에게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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