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정치인들, 입이 가볍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입력 : ㅣ 수정 : 2018-09-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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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너무 가볍다. 주택정책을 놓고 정치인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화를 키우고 있다. 정부 관료와 조율을 거치지 않고 내뱉는 대책도 시장을 소용돌이에 빠뜨리고 있다. 무게감 있는 여당 정치인의 발언이라면 더욱 그렇다. 집값 폭등 문제에 접근할 때는 단계적으로 실천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게 성숙한 정치일진대, 우리 정치인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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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집값 문제 해결책을 찾는 데 사공이 너무 많다. 배가 산으로 갈 판이다. 같은 해결책이라도 다분히 정치적인 발언이라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킨다. 토지공개념 도입 발언만 해도 그렇다. 토지공개념은 이념적이고,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 시장경제원칙을 지키는 현행 헌법 체계로는 토지공개념 본래의 의미를 모두 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 헌법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규제할 수 있는 공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개별 법률이 정하는 수준에서만 예외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 집값이 치솟고, 땅값이 오르더라도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자고 할 때는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해야 시장이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 집값 폭등을 잡겠다는 큰 틀의 토지·주택 규제 강화를 무작정 토지공개념 도입으로 과대포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투기꾼 빼놓고 집값·땅값 폭등을 반기는 이는 없다.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개인의 사유재산권 일부를 규제한다고 해서 반대할 명분도 서지 않는다. 되레 박수를 보낼 일이다. 국가 경제체제를 혁명하듯이 바꾸려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공평과세, 부동산 투기 근절을 평생 부르짖는 한 도시경제학자도 집값 폭등을 잡겠다며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자는 정치인들의 주장에는 혀를 찼다. 그는 부동산을 많이 보유해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터무니없는 개발이익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환수해 서민 주거 안정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현행 헌법·법률·제도로 수용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이라고 충고했다. 토지공개념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고도 집값을 잡는 방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자체장이 집값 폭등을 중앙정부 탓으로만 돌리고, 해결책 마련에는 뒷짐을 지는 것도 문제다. 공급 확대 방안만 찾으면 지자체가 큰 재정 부담 없이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데도 정치적 발언만 남발하고 있다.

 집값 안정 대책으로는 뜬구름 잡듯이 내뱉는 정치적 수사보다는 실천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게 급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과 함께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서두르는 게 집값을 잡으면서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원가 공개를 확대해 투명사회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다. 실질적으로 주택임대사업을 벌이는 모든 사람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하고, 적절한 소득세를 거두는 것도 주택 투기 수요를 막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실천 가능하고 정곡을 찌르는 주택정책이라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chani@seoul.co.kr
2018-09-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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