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수장·재계1위 총수 첫 만남
金 “폭우 뚫고 왔다” 李 “좋은 징조 같다”구내식당 식판 배식에 톨스토이 책 선물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직원식당에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오찬을 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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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좋은 징조 같습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6일 경기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이뤄진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국내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다.
김 부총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정문 앞에서 기다렸던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를 맞으며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이어 김 부총리가 방명록에 “우리 경제 발전의 礎石(초석) 역할을 하며 앞으로 더 큰 발전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써내려 갈 때도 이 부회장은 두 손을 앞에 모은 채로 기다렸다.
다만 이 부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다. 재판 중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도 이 부회장이 아닌 윤부근 부회장이 대표로 나섰다. 윤 부회장은 “옆에 이재용 부회장입니다”고 소개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에서 점심도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았고 삼성 직원들이 이 모습을 보고 환호성도 질렀다.
이 부회장은 간담회 전에 촬영한 기념사진을 액자에 넣어 김 부총리에게 선물했다. 김 부총리는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선 등 책 2권을 전달했다. 김 부총리는 “창업 회장인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을 봤는데 톨스토이의 책을 읽었던 덕에 노비 30여명을 해방해 준 일을 사업 전에 한 가장 보람 있던 일이라고 적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행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가 20만개 이상 나오면 광화문광장에서 춤이라도 추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를 배웅하면서 “어렵게 와 주셨는데 저희가 너무 불평, 불만만 늘어놓은 게 아닌가 싶다”는 말도 남겼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8-08-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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