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으로 옮긴 여성집회… 적대 벗고 ‘현실적 공감’ 키우다

광화문광장으로 옮긴 여성집회… 적대 벗고 ‘현실적 공감’ 키우다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08-06 01:28
수정 2018-08-0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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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최대 규모 7만명 ‘붉은 물결’

원색적 조롱 자제·혐오시위 변질 차단
여경 확대·정책 과정 공개 등 대안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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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나의 삶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 아웃(OUT)’ 등의 피켓을 들고 여성에 대한 수사 당국의 차별 수사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나의 삶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 아웃(OUT)’ 등의 피켓을 들고 여성에 대한 수사 당국의 차별 수사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여성에 대한 사법 불평등을 중단하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많은 여성은 낮 최고기온 34.9도의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도하는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다. 단일 성별만의 집회에 7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5월 19일 1차 집회가 열린 이후 참가 인원 수가 점점 늘어나 지난달 7일 3차 집회 때 6만명에 이어 1만명이 더 늘어났다. 누적 참가자 수는 18만 7000명에 달했다.

혜화역 인근에서 열리던 집회가 도심 집회의 본무대 격인 광화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오면서 여성들의 주장도 이전 집회 때보다 현실적으로 변했다. 불편한 용기 측은 이번 성명서에서 “정부 고위직과 경찰 신입 채용에서 여성의 비율을 대폭 확대하라”면서 “정부가 내놓은 성범죄 관련 대책들이 미흡하다.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각 부처는 여성 관련 정책 실행 여부와 그에 따른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차 집회 때 “경찰의 여남 비율을 5대5로 보장하라”는 등 다소 비현실적인 주장을 했던 것과는 내용이 달려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면서 “여성 혐오 및 불법촬영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전 집회 때 등장한 ‘문재인 재기해’(자살하라는 의미) 등과 같은 과격한 표현은 사라졌다.

주최 측은 일부 참가자의 돌발 발언으로 ‘여성 시위’가 ‘혐오 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자 집회가 열리기 전 참가자들에게 “원색적인 조롱, 인격 모독 등 특정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피켓은 압수하겠다”고 안내했다. 이날 집회에선 불법촬영 피의자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풍자하는 재판 퍼포먼스가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매번 집회 때마다 선보인 삭발 퍼포먼스는 이제 정례화된 분위기였다.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은 시위 현장을 둘러본 뒤 현장 경찰관에게 “참가자들이 안전히 귀가할 수 있도록 하라”,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제거하라”, “향후 집회에서 아이스팩 등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주최 측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은 거두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논란의 요소가 될만한 것들은 제거했다”면서 “여성들이 혐오에 대한 낙인 부담에도 대거 거리로 나오면서 집회가 다시 동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8-08-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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